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단은 '2023년 10월 19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2023시즌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향한 회심의 도전이 가을 야구 1경기 만에 물거품 된 날이기 때문이다. 사령탑 이승엽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분하고 허탈하다"면서도 "새 시즌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며 다가올 시즌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창단 기념식에서 "지난해 10월 19일 창원에서 패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경기는 사령탑으로서 이 감독의 가을 야구 데뷔전이었다.
결과는 패배. 두산은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와일카드 결정전 NC 다이노스와 원정 경기에서 9 대 14로 무릎 꿇었다.
초반 분위기는 두산이 끌고 갔다. 곽빈이 선발 투수로 나서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고, 그 사이 타석에선 매이닝 1점 등 총 3점을 뽑아냈다.
그러나 4회부터 경기장 분위기가 급격히 뒤바뀌었다. 잘 던지던 선발 곽빈이 4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서호철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허용한 것. 후속 김형준에겐 백투백 홈런까지 맞으며 순식간에 5점을 내줬다.
반격이 필요했지만 8회말엔 외려 6점이나 더 허용했다. 추격 의지를 상실한 두산은 9 대 14로 패하며 시즌을 허탈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챔피언을 목표로 했던 이 감독의 지도자 인생 첫 가을 야구는 이렇게 첫걸음 만에 멈춰섰다. 이 감독은 "그날 패배를 가슴속 깊이 새겼다"며 "이 기억이 2024년 도약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굳은 결심을 내비쳤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 감독은 이 경기를 언급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기를 잡고도 역전패했다. 시즌을 하게 된 창원에서 패배가 아쉬웠다"는 것이다. "패배 과정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는데 판단 미스가 나오는 등 여러 부분이 아쉬웠다"며 "지난해 10월 19일 패배의 여운이 오래 갔던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날을 아프게 기억하는 건 이 감독만이 아니었다. 선발로 나섰던 곽빈도 쓴웃음을 지었다.
곽빈은 이날 경기에서 3⅔이닝을 던지며 2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허용하고 5점을 내줬다. 결국 고개를 숙이며 마운드를 떠나야 했다. 곽빈은 "저도 그때 많이 분하고 허탈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시즌 막바지여서 힘이 많이 떨어졌던 시기였다"고도 되짚었다.
새 시즌 새 주장으로 선임된 양석환에게도 이날 경기는 만족스럽지 않다. 5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고배를 마신 탓이다. 양석환은 "그 경기의 초반 분위기는 저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힘에 부쳤다. 정신적 데미지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두산 선수단은 이날 경기를 발판 삼아 새 시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감독은 "해가 지났다. 2024년은 새로운 해"라며 "지난해 좋지 않았던 것은 빨리 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즌이 기다리고 있으니 패배를 통해 우리가 더 단단해지고 냉철해져야 한다. 더 발전하면서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양석환 역시 "올 시즌 의지를 다지기 시작한 게 그 경기부터 시작된 것 같다"며 "선수단이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새 시즌을 치르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