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가 지정장소가 아닌 야외에서 의약품 상하차 작업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해당 업체는 인접한 지자체에 최첨단 장비를 갖춘 물류센터를 두고도 야외주차장에서 배송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배송 시간을 단축시켜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의약품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의 한 민간 야외주차장에서 의약품 배송을 위한 분류와 상하차 작업을 진행한 의약품 도매 유통업체 A사. 특히 비가 오는 날에도 야외에서 분류 작업을 하면서 의약품이 빗방울과 습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까지 목격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취재 결과 A사는 경남 김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사의 물류센터는 영남권에서도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자동화 물류시스템과 최신 설비까지 갖춰 업계에서도 가장 체계적이고 전문화한 배송 작업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접한 곳에 최첨단 물류 시설을 갖추고도 무방비 상태인 야외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는 A사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국민 건강과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의약품 유통품질 관리기준'(KGSP)은 상하차와 분류 작업에 대해선 구체적인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출고와 운송을 위한 준비 행위 또한 원칙적으로 해당 도매상의 창고에서 이뤄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A사의 행동이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고 이익을 극대화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외에 위치한 물류센터가 아닌 시내 야외주차장을 이용함으로써 출고와 운송에 소요되는 시간을을 단축시켜 더 많은 의약품을 배송하려는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의약품 유통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도매업체는 일반적으로 하루 2차례 병원 등에 의약품을 배송한다.
하지만 A사 부산지점은 오래 전부터 오전에 한 차례, 오후에 두 차례 배송해 하루에 모두 세 차례 의약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 세 차례 배송을 위한 분류와 상하차 작업 모두 김해에 있는 물류센터가 아닌 사상구에 있는 한 야외 주차장에서 이뤄졌을 거라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체보다 배송량을 늘리면 당연히 매출도 올라가기 때문에 '배송 시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매출 증대라는 기업 이익 앞에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의약품이 변질될 위험에 놓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A업체는 앞서 야외 상하차 작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사상구의 한 창고 건물을 임대해 실내에서 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송량을 늘리기 위해 야외에서 작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A사 관계자는 "배송을 위해 의약품을 옮겨 싣는 것 뿐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온 만큼 상하차 작업 장소는 실내로 변경했다"며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하루 두 차례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다. 배송 시간 단축을 위해 야외에서 작업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