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성공사례를 오바마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한국을 성공의 ''롤모델''로 제시했다.
11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한 오바마는 가나 의회 연설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동안 많은 진보와 성장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다면서 한국을 성공사례로 재차 언급했다.
그는 "내가 태어났을 때 케냐와 같은 나라들은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더 높았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추월당했고, 질병과 갈등이 아프리카 대륙을 황폐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전날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폐막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의 성공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식민통치 등) 역사문제를 결코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는 투명성과 책임성,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일련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괄목할만한 경제적 발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해냈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이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케냐는 지금도 충분한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충분한 농경지가 있는 만큼 식량을 자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적절한 식량공급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과 제도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G8 정상들은 향후 3년간 아프리카를 비롯해 가난한 국가들의 농업투자를 활성화하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2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한국의 성공사례를 언급한 것은 한국이 빈곤했던 시절 국제사회의 원조를 바탕으로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인 성장을 이뤄낸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 건전한 국가관리)의 성공사례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물론 오바마의 이같은 언급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비춰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한국의 발전상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오바마는 지난 5월 이슬람권을 방문해서도 이집트 카이로대학 연설을 통해 전통적인 문화를 유지하면서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뤄낸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지목했었다.
사실 오바마는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부터 경제와 교육, FTA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수시로 한국을 거론해왔다.
올해 3월 교육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연설에서는 "한국이 국제평가에서 미국보다 수학과 과학 성적이 앞서며, 학교 수업일수도 미국 아이들보다 한달 가량 더 많다"면서 "한국이 할 수 있다면 미국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선후보 시절에는 한미 FTA와 관련한 양국의 자동차 교역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한국은 수 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고작 5천대도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오바마의 한국 관련 언급이 지나치게 경제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과연 한국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차제에 바람이 있다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리의 정치문화도 민주주의 발전의 롤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싶다.
오바마의 말대로라면 경제적 성장을 이뤄낸 한국인데 성숙한 정치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