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고베·나고야 등 일본 3개 도시에서 솔로 아레나 투어 '마타 아에루 히'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준호는 2024년 새해에 한국 팬들을 위한 단독 콘서트를 마련했다. 콘서트 이름은 일본 투어를 한국어로 바꾼 '다시 만나는 날'이다. 2019년 3월 열린 솔로 콘서트 '준호 더 베스트 인 서울'(JUNHO THE BEST IN SEOUL) 이후 약 5년 만의 한국 콘서트에 꼭 맞는 이름이었다.
이준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국내 단독 콘서트 '다시 만나는 날' 마지막 날 공연을 열었다. 솔로 가수 활동을 주력으로 해 온 곳은 일본이기에 일본 발매 곡이 세트 리스트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나 한국어 버전이 대부분이었고, 2PM 단체곡도 일부 포함돼 있어 이준호의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무대를 보면서 '솔로' 이준호가 만들고 들려준 음악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이준호의 솔로곡을 처음 접한 건 한국에서 낸 솔로 미니앨범 '캔버스'였다. 당시 타이틀곡 '캔버스'와 수록곡 '파인'(Fine) '노바디 엘스'를 즐겨 들었고, 치즈가 피처링해 화제가 된 '어차피 잊을 거면서' 등 이준호의 음색이 강조된 편안한 계열의 음악이라고 느꼈다.
반면,세트 리스트 다수를 차지했던 일본 곡은 밴드 연주에 어울리는 록 기반 사운드가 많아 자연히 밴드 연주에 귀 기울이게 됐다. 기타로 마무리한 '빰빰빰빰!'에 맞춰 터진 폭죽으로 화려함을 자랑한 '데인저러스'(Dangerous), 치명적인 섹시함을 콘셉트로 하지만 그에 매력적인 기타와 드럼 연주가 즐거웠던 '인세인'(INSANE), 베이스 연주와 이준호의 속삭이는 듯한 파트, 경쾌한 댄서들의 춤이 어우러진 '돈트 티즈 미'(Don't tease me) 등 곡마다 밴드 연주의 존재감이 강했다.
달콤한 분위기의 '달링'(Darling)도 의외로 밴드 연주와 잘 어울렸다. 시작이 워낙 강렬해 조금 긴장했던 데뷔곡 '키미노 코에'는 드럼과 전자 기타의 조화가 특징이었고, 후반부 현란한 기타 솔로가 혼을 빼놓는 노래였다.
'낫띵 벗 유'(Nothing But You)는 초반부터 좋았고 끝에서는 고조되는 전개를 선보이는 드럼이 백미였다. '스테이 윗 유'(Stay with you)로 시작해 '유 아 마이 에브리띵'(You are my everything)으로 끝나는 후렴을 무반주로 부른 구간도 귀에 꽂혔다. '낫띵 벗 유'를 듣고 '왠지 드라마 주제곡 같은 노래네' 싶었는데, 바로 다음 멘트에서 이준호가 "제가 첫 주연을 맡았던 영화 OST고, 그때 OST를 위해 직접 만들었던 노래"라고 소개해서 새삼 놀랐다.
밴드 멤버들 역시 "준호씨는 세계에서 제일 멋있어요! 준호씨의 근육은 멋져요" "준호씨 목소리에 반했어요!" "준호씨의 댄스는 우주 최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희를) 한국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멤버들 모두 항상 준호군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항상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라고 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난해 9월 열린 2PM 15주년 콘서트에서도 불렀던 '원점으로'도 세트 리스트에 들어있었다. 정규 3집 '그로운'(GROWN)의 또 다른 수록곡 '러브 송'(Love Song)과 정규 3집 그랜드 에디션 수록곡 '아임 인 러브'(I'm In Love)까지 2PM 곡은 총 3곡이었다.
무대를 마치고 나서 토크 시간이 왔을 때, 이준호는 짧게라도 노래를 소개하려고 했다. 그룹, 연기, 솔로 모두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게 된 이준호는 '가장 의미 있고 뿌듯한 점'으로 "여러분과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콘서트에서 한 노래 모두를 작사·작곡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너무나도 뿌듯하다. 요새는 그런 게 뭐 큰 자랑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자랑이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솔로 앨범을 내 본 적이 없는데 팬 여러분들께서 이 공간을 꽉 채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도 했다. 2017년 나온 '캔버스'는 일본에서 낸 '2017 S/S'의 수록곡 '캔버스'를 타이틀로 내세운 미니앨범이었다. 팬들이 "앨범! 앨범!"이라고 연호하자, 이준호는 "저도 물론 좋은 곡과 좋은 타이밍이 있다면 언제든 내고 싶다. 근데 이게 참 쉽지만은 않더라"라고 운을 뗐다.
솔로로는 5년 만에 연 국내 단독 콘서트에, 이준호의 동료들도 직접 방문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2PM 멤버인 장우영을 비롯해 지난해 방송한 드라마 '킹더랜드'에 출연한 소녀시대 윤아(임윤아), 김가은, 고원희, 안세하, 김재원 등이 자리를 빛냈다. 이준호는 마지막 곡 '라이드 업'(Ride up)까지 예정된 25곡을 모두 선보이고도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화답해 앙코르곡을 추가해 3시간 넘게 팬들과 함께했다.
"여러분들께 한 가지 약속드리고 싶은 건, 여러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저에게 건강히 응원을 해 주시는 그대로 계셔준다면 저를 언제든지 원하신다면 저는 어떠한 형태로든 여러분들 곁에 존재하고 싶습니다. 그게 당장 여러분들 눈앞에 보이는 무엇이 아니라고 해서 마음이 작다고는 하지 말아 주세요. 시간이 흐르고 저도 단순히 치기 어린 모습으로 어렸을 때 활동했던 그때의 제가 아니다 보니까 요즘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요.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그런 소중한 여러분들의 시간을 단순히 쓰고 싶지도 않고… 여러분들의 행복과 귀감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저로서 잘, 가꿔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