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 연합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직 대표들을 포함해 거대 양당 출신 인사들이 "양당 독식 기득권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모이고 있다. 이들은 일단 각자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공통분모를 찾아 협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국민의힘 출신 정태근 전 의원, 정의당 출신 박원석 전 의원이 주축이 된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가 14일 출범했다. 창당발기인대회엔 '새로운미래' 창당을 추진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등도 참석했다.
'빅텐트' 형성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14일 대회에선 신당들의 연합 방향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준비하는 이준석 전 대표는 "텐트보다 멋있는, 비도 바람도 막을 수 있는 큰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며 "떴다방과 같은 결사체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각자 고유의 개성을 키우고 선명한 방향성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견 있는 지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조정 과정을 거쳐 최대공약수를 강령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 양당 정치 타파'를 목적으로 뭉친 만큼 이들이 추진하는 신당들은 우선 공통점부터 맞춰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미래대연합이 △양극화와 불평등 △기후위기, 인구위기, 지방소멸 △미·중 충돌 속 국제질서 변화 △AI·로봇 등 신기술의 흐름 △현대적 민주주의의 길 등 비쟁점적인 해결 과제를 제시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한 신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하나로 뭉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단 서로의 약점은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당들 간에 정파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합당'에만 방점을 두고 몸집 키우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거대 양당과 차별점이 없는 '실패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개별 신당이 연대하지 않고 각개전투에 나선다면 규모 측면에서 실익이 없게 된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본래 빅텐트는 정당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이는 이론적 개념"이라며 "현재 신당들은 정권과 거대양당 모두를 심판하자고 주장하는데 이를 위해 각 정당마다 지역을 나눠 후보를 내는 등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바라봤다.
따라서 제3지대 빅텐트가 '몸집 키우기'에만 주력하는 선거용 이합집산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향후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가 당장 신당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개혁신당, 미래대연합 등 신당들은 설 연휴 전까지 빅텐트 윤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각자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16일 '새로운미래'(가칭)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는 20일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