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CC의 스타 최준용은 유머 감각이 탁월한 선수다.
최준용은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 1쿼터에서 공아지 팀의 '큰' 이정현과 크블몽 팀의 이관희가 매치업을 이루자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아지 소속이었던 최준용은 황급히 이정현에게 공을 넘긴 뒤 나머지 선수들에게 모두 밖으로 물러나라고 손짓했다. 이정현과 이관희는 KBL을 대표하는 라이벌이자 앙숙. 그들의 정면 대결 기회가 오자 이를 살린 것이다. 이정현이 공을 잡고 이관희와 1대1로 맞서자 관중석에서 난리가 났다.
이정현이 이겼다. 이정현은 날카로운 베이스라인 돌파로 골밑 득점에 성공했고 추가 자유투까지 얻었다. 엄청난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어 이관희가 복수할 차례였다. 크블몽 동료들은 곧바로 이관희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이를 예상한 공아지 선수들은 이관희를 향해 도움 수비에 나섰고 그 중에서도 창원 LG의 팀 동료인 양홍석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관희는 경기를 마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먼저 이정현에 대해 "옷깃만 스쳐도 파울을 잘 얻는 선수라 할 말은 없다"고 가볍게 날을 세운 뒤 양홍석을 향해 "양홍식이 도움 수비를 들어와서 화가 났다. 창원에 돌아가서 교육시켜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관희는 이번 올스타전을 빛낸 스타 중 한 명이었다. 특히 3쿼터 공아지 유니폼을 입고 특별 선수로 참가한 소속팀의 사령탑 조상현 감독과 매치업이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관희는 조상현 감독을 향해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조상현 감독을 넘어뜨리고 공을 가로챈 장면도 있었다. 그때마다 팬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관희는 "제가 두 번 넘어뜨렸으니까 제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가 감독님에게 당하는 느낌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제 슛을 블록하라고 말씀드렸는데 점프를 못 하시더라. 내일부터 다시 창원에서 훈련을 시작하는데 다시 말을 잘 듣겠다"며 웃었다.
조상현 감독에게서 공을 가로챈 뒤 일부러 야투를 놓치고 다시 공격권을 넘겨준 장면에 대해서는 "(감독님을 넘어뜨리니까) 야유 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라. 그래서 일부러 안 넣고 감독님께 다시 공을 드렸다"며 웃었다.
이관희는 최근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솔로지옥 3'에 출연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부 출연자들은 이날 이관희의 초청을 받고 올스타전을 관람했다. 이관희는 즐거운 추억을 함께 쌓았다며 기뻐했다.
마지막으로 이관희는 "LG가 3~4라운드에서 주춤했던 건 아셈 마레이가 부상으로 주춤했기 때문이다. 지금 잘 치료받고 있다. 마레이가 원래 하던 플레이만 해준다면 다시 서울 SK를 쫓아갈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다. 감독님께서 잠도 안 주무시고 준비하시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