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물방울 작가' 김창열(1972~2021)의 대작(가로 160cm·세로 195cm) '온고지신'(1979)이다. 물방울이 흘러내리며 형상과 그림자를 만들어낸 이 작품은 물이 고인 양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이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전쟁의 트라우마 같은 시대의 고통과 아픔을 담고 있다. 작품 속 흘러내린 물방울 자국은 전쟁의 상흔이 담긴 눈물의 흔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추정가 6억원~10억원.
또 다른 출품작 '회귀 SA03023'(2003)은 캔버스가 아닌 마포를 사용해 표면의 즉물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자와 영롱한 물방울을 함께 배치해 물방울의 영롱함을 극대화했다. 추정가는 6500만원~1억2천만원.
후기 색채 묘법은 대작과 소품 모두 경매에 오른다. 화사한 색감의 '묘법 No. 080612'는 자신의 그림이 치유의 도구가 되길 바랐던 박서보의 정신이 느껴진다. 추정가는 5억8천만원~8억원. 무채색으로 완성된 '묘법 No. 050908'은 작가의 수행의 흔적이 오롯하다.
덩굴과 덤블로 뒤덮인 가을 풍경에서는 생동감이 느껴지고 겨울을 그린 작품은 겨울철 골산의 윤곽이 간결하게 표현됐다. 추정가는 나란히 900만원~2천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