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을 맡고 있는 고은성(34)에게 이 작품은 각별하다.
고은성은 지난 11일 서울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일병으로 군 복무 중이던 2019년 휴가를 받아 '몬테크리스토'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다"고 말했다.
"제대까지 한참 남아서 오디션에 붙더라도 작품에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작품의 넘버를 너무 좋아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번 불러보고 싶었어요. 하하"
'몬테크리스토' 여섯 번째 시즌에 출연하며 간절한 소망을 이룬 고은성은 "처음에는 넘버에 꽂혔고 점점 이야기에도 매료됐다. 관객 입장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는 자극적인 느낌이었는데 직접 공연해보니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저한테는 지금이 '몬테크리스토' 출연에 적기인 것 같아요. 제대 후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데스노트' '멤피스' 등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이 다양한 인간 본성을 지닌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죠."
이번 시즌은 서사가 보다 짜임새 있고 탄탄해졌다. 고은성이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은 둔 부분은 복수에서 용서로 가는 과정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신이 아닌 사람이잖아요. '일족의 씨를 말리고 싶다'고 할 정도로 복수심에 가득 찼던 사람이 상대를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분노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분노를 밟고 올라서서 용서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죠."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은 고은성과 함께 이규형, 김성철, 서인국이 번갈아 연기한다. 고은성은 "더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먹어보고 평가하는 것처럼, 연습 과정에서 동료 배우들과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용서하는 과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넷이 함께하는 연습시간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어느덧 14년차 뮤지컬 배우가 된 그는 스스로 "뮤지컬에 미쳤다"고 했다. "10대 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뮤지컬 배우로 살면서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어요.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들을 이뤘죠."
고은성은 무대에 설 때마다 가슴 두근거림이 손끝까지 전달될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한다. 관객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뮤지컬로 인해 제 인생이 바뀐 것처럼 제 공연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지 않나 생각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 수 없어요."
'영화·드라마 출연 제의가 오면 응하겠느냐'는 물음에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아직 뮤지컬만큼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어요. 저한테 뮤지컬은 다른 매체에 진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에요. 뮤지컬을 할 때 충만감이 가득 차서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요."
다만 고은성은 "뮤지컬을 사랑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 좌절한 적이 많아요. 뮤지컬이 인생의 전부가 되면 못하게 됐을 때 너무 괴롭잖아요. 그래서 운동도 좋아하고 뮤지컬 말고 즐기는 것들이 많아요."
그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제가 이룬 모든 것은 공연을 보러 와주는 관객이 있어서 가능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큰 목표는 관객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