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요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야말로 대혼돈의 상태입니다. 혼란의 핵심은 류희림 위원장인데요. 류 위원장은 오늘 긴급전체회의를 소집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해온 야권추천위원 2인(김유진, 옥시찬)의 해촉건의안을 의결했습니다. 방심위 직원 149명은 연서명으로 권익위에 류 위원장을 신고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에게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방심위가 야권추천 2명의 해촉 건의안을 의결했다는데 왜 '건의안'인가요?
◆권영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데 지금은 7명입니다. 여권 추천 4명, 야권추천 3명입니다. 방심위는 대통령 추천 3명, 국회의장 추천3명, 국회 상임위 추천 3명으로 구성됩니다. 국회에서 추천하는 위원은 여3:야3이고요. 대통령이 추천하면 6:3의 구조가 되는 겁니다. 이 9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아니고 위촉하는 겁니다. 방심위가 민간독립기구여서 위촉을 하는 겁니다.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해촉건의를 의결했으니까 절차를 거쳐서 대통령이 해촉하게 됩는 구조입니다.
◇정다운> 해촉 건의 사유는 뭔가요?
◆권영철> 김유진 위원은 지난 1월 3일 전체회의를 야권 추천위원들이 요구해서 소집됐는데여권위원들 주도로 회의를 취소했습니다. 김 위원이 취소 직후 기자들에게 회의 안건관련 설명을 했는데 이게 '비밀유지의무 위반'이라는 겁니다. 회의에서 다루려고 했던 안건은 류희림 위원장의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옥시찬 위원은 '욕설'과 '폭행'이 사유입니다.
◇정다운> 욕설과 폭행이요? 누굴 때렸다는 건가요?
◆권영철> 그건 아니고요. 방심위에 확인해보니 지난 9일 방송심의소위가 열렸는데, '민원신청 사주' 의혹관련해서 논의가 제대로 안 되니까 옥시찬 위원이 서류를 허공에 던지면서 "니가 위원장이냐?" 그랬다는 데 이게 '폭행'이 됐고요. 문을 열고 나가면서 xx 라고 혼잣말처럼 했다는데 그게 '욕설모욕'이 됐다고 합니다.
◇정다운> 야권 위원들은 뭐라고 하고 있나요?
◆권영철> 옥시찬 위원은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고요, 김유진 위원은 회의장에 들어가긴 했는데 여권위원 4명의 거수로 해촉 건의안이 통과됐다고 합니다.
김유진 위원이 입장문을 냈는데요. "지난 3일 기자간담회는 여권 위원들이 전체회의를 무산시킨 후 긴급하게 열렸는데, 그 날 안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이 과정조차 없었다면 야권 위원들이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해 어떤 안건을, 왜 제의했는지 제대로 알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은 "회의 안건은 출입 기자들에게 사전 공지된다"며 "류희림 위원장이 숨기고 싶었던 것은 안건이 아니라, '청부민원'이라는 말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야권 위원들은 윤 대통령이 건의안을 받아들여 해촉할 경우 해촉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다운> 기자들에게 안건을 설명하거나 서류를 허공에 던진 게 해촉의 사유가 될까요?
◆권영철> 말이 안 되죠. 그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렇게는 안했을 겁니다. 방통위법에 방심위원들의 신분보장 조항이 있습니다. 위원들이 회의 안건을 설명했다고, 또 회의진행이 제대로 안 돼서 회의자료를 허공에 던지며 항의했다고 그게 해촉의 사유가 될까요?
거친 표현을 사용한 건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나무랄 일이지 그걸 빌미로 해촉을 시키겠다는 건 재갈을 물려 반대를 막으려는 의도 아니겠습니까?
전임 한 방심위원은 "류 위원장이 '민원 사주'의혹으로 궁지에 몰리니까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해촉건의안을 밀어붙인 걸로 보인다"면서 "현재 4:3인 여야 추천위원의 구도를 4:1로 만들어 확실하게 방심위를 끌고 가려는 의도아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이 와중에 방통심의위 직원 149명이 연서명으로 류희림 위원장을 국민권익위에 신고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권영철> 방통심의위 직원이 휴직자를 제외하고 220명인데 이 중 149명이 서명을 해서 류희림 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으니까 조속하게 조사해 달라는 신고서를 국민권익위에 냈다고 합니다.
신고서에는 "피신고자 류희림 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제4조를 위반한 것이며, 이는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독립적인 사무를 수행해야 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존립 취지를 훼손한 행위로서 위원회의 장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위원장의 가족이나 이전 단체 대표가 관련 민원을 넣었고, 류희림 위원장이 이를 알고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외면했다는 의혹이 언론보도 이전부터 사무처 직원들 사이에 제기되었던 점을 감안할 때, 보도된 내용들이 매우 신빙성 있다고 판단한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보도내용들의 사실 확인과 더불어 피신고자의 사적이해관계자 및 지인들이 동일한 시기에 유사한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게 된 경위와 이와 관련한 피신고자의 개입 여부 등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사항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고서에는 "(뉴스타파 보도관련)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 중에는 "피신고자인 류희림 위원장의 아들(류○○), 동생(류○○)과 제수, 처제, 동서, 조카 등 가족 6명이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신고자가 대표로 재직했던 전 직장(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직원 및 관계자, 피신고자가 직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단체(미디어연대)의 현 공동대표 박○○ 씨(전 방심위 사무처 국장), 피신고자가 임명한 방심위 특별위원회 위원이자 전 직장(KBS) 입사동기 등 지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정다운> 국회에서도 움직이고 있는데, 민주당 과방위원들이 성명을 냈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민주당 과방위원 11명이 공동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이 해촉할 방심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습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야권추천 해촉건의안 의결 사유가 "류희림 위원장이 저지른 '민원사주'를 비판하고, '민원사주' 관련 안건을 공개했다는 것"이라며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사주하고, 스스로 그 안건을 상정 요구, 의결까지 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저지른 주인공은 류희림 위원장"이라며, "''민원사주'가 드러나자 제보자 색출과 불법·부당한 감사를 지시하고, 위원회 직원들의 언론 접촉 금지령까지 내린 장본인이 류희림 위원장이다. 류 위원장이 주도하는 해촉 건의 자체가 이해충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두 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는 사전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류희림 위원장 주도 하에 군사 작전하듯 해촉건의안을 의결했다."며, "윤 대통령이 해촉 건의에 따라 바로 재가한다면, 이들의 처사는 조폭 집단이 하는 행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강조를 했습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류 위원장 취임 이후 민간 독립 심의기구로 자부하던 방심위의 위상과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류 위원장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인물이라면 사과하고 당장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전문성은 전혀 없고, 독주. 독단으로 방심위를 사조직처럼 운영하는 류희림을 위원장 자리에서 즉시 해촉하라."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