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걸프 해역(페르시아만)과 이어진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해 국제 해상교역에 비상이 걸렸다.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지하는 한국에도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란 언론 "오만만 해역서 '세인트 니콜라스호' 나포"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해군이 법원 명령에 따라 11일(현지시간)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고 보도했다.이어 "이 유조선은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고 전했다.
이 선박은 튀르키예 정유업체 알리아가로 운송할 석유를 싣기 위해 이라크 바스라 인근 해상에 정박하다가 이후 방향을 바꿔 이란의 반다르 에-자스크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운용하는 그리스 선사인 엠파이어 내비게이션은 이 배에 그리스인 1명과 필리핀인 18명 등 모두 19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걸프 해역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어 이란이 이 곳을 봉쇄한다면 전세계 석유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은 운송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정유업체 다수가 중동산 원유정제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수입원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LNG의 1/3, 석유의 1/6분 호르무즈 해협 지나 운송
미국은 나포 소식이 전해지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 소통조정관은 이날 "이란은 선박을 나포할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없다"며 "당장 석방하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번 사건은 이란이 본격적으로 보복에 나섰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은 그동안 가자지구 전쟁을 비롯해 헤즈볼라 지휘관 폭사, 시리아 친이란 시설 폭격 등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경고해왔다.
실제로 사실상 이란의 지시를 받는 걸로 알려진 예멘반군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30차례 가까이 공격·위협했다.
이 여파로 세계 주요 해운사가 '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 항로를 기피하면서 해상 운송이 타격받고 있다.
이란이 글로벌 교역의 통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동시에 과시하고 있는 셈이어서 향후 국제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