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11일 이틀간 부산과 경남을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야말로 '아이돌'이었다. 국립3.15민주묘지부터 부산 비프(BIFF) 광장까지 온종일 지지자들은 군단처럼 한 위원장을 따라다니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 위원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등으로 술렁이는 민심을 의식한 듯 "좋은 정치를 하겠다", "부산을 정말 사랑한다"며 연신 '환심성' 발언을 했다.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과 북항 재개발 등 지역 숙원 사업의 실천도 약속했다.
숙원 사업 실천 약속하고 李 직격 선봉 서고
한 위원장의 1박2일 부산행은 반(反) 더불어민주당 구호와 부산 '맞춤형' 공약으로 버무려졌다.
그는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재판 중인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재판 기간 동안 늘어난 세비를 전액 반납하도록 하겠다"며 민주당 공세의 선봉에 섰다.
이튿날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민주당이 이 제안에 답해주시길 부탁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저격한 발언이다. 이 대표 관련 공판은 서울중앙지법에만 3개 재판부에 나뉘어 있고, 그마저도 이 대표의 잦은 불출석으로 지체된 상황이다. 지난 2일 부산 흉기 피습처럼 예기치 못한 사건 때문에 재판이 미뤄지기도 했지만, 이전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단식으로 재판이 보름 넘게 밀리는 경우도 자주 반복됐다.
한 위원장은 부산의 숙원 사업인 산업은행 본점 이전이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쳐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술렁이는 부산 민심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리스크에 대해서도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와 친인척 관리 조직인 특별감찰관의 도입을 공식 건의하겠다며 관리에 나선 모습이었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 출신이나 검사 출신들의 '출마 러시'에 대해선 "우려의 지점은 알고 있다. 당이 후보를 선택할 떄 (이같은 우려를 포함해) 여러 가지가 감안될 것"이라면서도 "부장검사 뿐 아니라 현직 검사장도 나온다고 하지 않느냐"며 야권을 또 한번 저격했다.
김상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선을 준비해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친문 검사'로 통하는 이성윤 전 서울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최근 사직한 것 역시 문제라고 맞받아친 셈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치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소속 부장검사가 현직에서 곧바로 출마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또 '김구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은식 비상대책위원에 대해서도 "비대위원들이 예전에 했던 생각에 제가 공감하거나 당이 다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韓, 온종일 셀카 삼매경…중년층에겐 아이돌, MZ는 '글쎄'
한 위원장에 대한 부산·경남 시민들의 반응은 표면적으로는 뜨거웠다.
10일 고요했던 경남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는 한 위원장 방문 30여분 전부터 지지자들과 유튜버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이 걸어가는 내내 지지자들은 일련의 군단처럼 그의 뒤를 따랐다. 지지자들에 밀려 셀카를 찍지 못해 낙담한 시민도 있었고, 아이를 앞세워 셀카 찍기에 성공한 시민은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일정이 거듭될수록 지지자들은 더욱 몰렸고 한 위원장은 그야말로 '셀카의 길'을 걸었다. 스스로도 셀카 찍기에 재미들린 듯 행사장 무대 위에서 지지자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고, 차량에 탑승하기 전 차 위에 올라타 또 한 번 셀카를 찍는 모습이 매번 연출됐다.
한 위원장은 개인적인 인연을 강조하며 부산 민심을 파고들었다. 검사 시절 부산에서 생활했던 것을 언급하며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네 번 좌천 당했는데, 그 처음이 바로 부산이었다. 저는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했고, 서면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배웠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말했다.
자갈치시장을 찾았을 때에는 작심한 듯 '1992 라이크 더 모스트'라고 적힌 맨투맨을 입고 나타났다.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롯데 자이언츠를 상징하는 듯한 티셔츠였다. 야구를 특히 좋아하는 부산 민심을 노린 것.
한 위원장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 시민들은 물론 국민의힘 안에서도 다소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이번 부산행에서처럼 정서적인 접근이나 반(反) 이재명 구호만으로는 부산 승리 장담이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선 현장에 몰렸던 지지자들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다른 당대표들과 달리 당원들이 한 위원장을 아들처럼 여기다 보니 유독 이렇게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당원 대회가 열렸던 부산 벡스코에서는 같은날 한 아이돌의 콘서트가 있었는데, 이를 찾은 20대 청년들은 한 위원장을 둘러싼 지지자들의 모습을 신기해 하면서도 "김건희 여사는 어떻게 할 거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에 대한 동정심을 내비치는 청년들도 있었다. 부산 선거에서 국민의힘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당내 의원들 역시 수사적인 표현일지라도 '부산 전석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는커녕 '신중 모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언제는 부산에서 반응이 좋지 않았느냐"며 "당연히 분위기 좋을 곳에서 좋은 게 칭찬 받을 상황이냐"고 반문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여야 민심 역시 팽팽하다. 지난 9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1월6~7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PK 지역에서 '정권 심판'은 44.7%, '야당 심판'은 49.4%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