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발등의 불' 껐지만 워크아웃 성공 '산넘어 산'

채권단 75% 워크아웃 조건 충족
부동산PF 추가 '우발채무' 촉각
전국에 산재한 사업장 처리, 재무구조 개선방안도 진통 예상

박종민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개시로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수개월간 혹독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등이 이뤄져야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워크아웃 신청과 함께 내놓은 4가지 자체 정상화 방안(자구안) 이행은 물론, 유동성 부족시 추가로 밝힌 SBS 지분 담보 제공 등도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 기업개선 계획 수립 과정에서 추가로 터질 수 있는 우발채무 규모에 따라 워크아웃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권단 75% 이상 동의…기업개선 계획 본격 착수

연합뉴스

앞서 11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소집한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이 결정됐다.

산은은 이날 태영건설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와 개인 609곳을 대상으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서면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워크아웃 동의 서면 답변율이 이날 오후 채권액 기준으로 이미 75%를 넘어서면서 워크아웃 조건을 충족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역시 워크아웃 조건을 충족했다고 전했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오는 4월 11일, 2차 금융채권단협의회까지 3개월간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사들의 채권 행사가 일시 유예된다.

이 기간에 채권단이 선정한 회계·법무법인이 태영건설 자산·부채를 실사하고,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별 채무 조정·자금 지원 여부, 사업장 구조조정 등의 방안이 만들어진다.

앞서 지난 9일 태영그룹이 기존 자체 정상화 방안에 더해 필요할 시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의 SBS 지분 담보와 윤석민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등 추가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면서 채권단 사이에서 워크아웃 공감대가 형성됐다.


넘어야 할 산은 많아…PF 우발채무 등 곳곳에 지뢰밭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 황진환 기자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기간에 조직 정비와 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 비용절감 방안 등을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제출해야 한다.

산은은 자산 부채 실사 작업을 통해 기업개선 계획을 작성하고 2차 금융채권단협의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 한 달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 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주채권 및 보증채권의 채무조정 등) △유동성 조달방안 △회사 경영계획 및 경영관리 등이 담긴 기업개선 계획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문제는 태영건설이 대출 보증을 선 PF 사업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재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120여 곳으로 서울 마곡지구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CP4사업(차주 58곳·대출 보증규모 1조 5923억 원) 등을 포함해 전국에 사업장이 산재해 있다.

PF 사업장별로 사업 진행 단계가 다른 상황에서 대주단 협의회가 사업 중단이나 매각, 재구조화 또는 정상 운영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때 수반되는 추가 유동성 확보도 절실하다.

특히 워크아웃 개시로 금융사가 보유한 금융채권 행사는 일시 중단되지만, 전국 사업장에서 소요되는 인건비와 공사비 등 일반 상거래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갚아야 한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상거래 채권 만기와 일부 금융채권 이자 등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예상치 못한 태영그룹 계열사 매각 지연으로, 필요한 자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에코비트는 빠른 시일 안에 새주인을 찾기 힘들 수도 있고, 태영그룹이 현재 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지난 9일 기존 자구안에 더해, 필요하면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부족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을 지키지 않거나, 본격적인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나 유동성 공급이 안되면 워크아웃이 중단된다는 점을 태영측도 잘 알고 있다"며 "유동성 부족 시 SBS 지분 담보 제공 등이 즉각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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