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최종 승소했다. 시민사회는 이날 판결을 환영하며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11일 오전 대법원 선고 이후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 또한) 식민지배의 불법성, 그리고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정부와 일본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하루 빨리 일본 기업들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하며 피해자 일부 승소로 확정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제철이 망인 정모씨의 유족에겐 4285만 원을, 피해자 김모씨 등 2명에겐 각각 2857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이들은 1943년 3월 일본 큐슈 소재 일본제철 야하타 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노동했다. 이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번 재판에서 일본제철은 그동안 일본 전범기업들의 재판 전력과 동일하게 '소멸시효가 완성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 판결이 확정된 것은 2018년 판결이고, 해당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존재했다고 봤다.
단체는 "소멸시효 관련 쟁점이 정리가 됐기 때문에 계속해서 (비슷한) 선고들이 나올 것"이라며 대법원의 선고를 환영했다.
또한 단체는 일본기업들이 지급할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추진하려는 정부에 대해 규탄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제3자 변제를 밀어붙이겠다고 하고 있는데,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제3자 변제라는 정치적인 야합의 형태로서는 절대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 계류 중인 '특별현금화 명령'에 대한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김 실장은 "대법원은 빨리 이 명령을 내려서, (제3자 변제를) 원하지 않는 분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판결금과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