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기소' 대상이었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구광현·최태영·정덕수 부장판사)는 10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와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모 변호사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부장검사가 사회통념을 벗어난 직무 관련 금품이라고 인식해 이를 수수하거나 박 변호사가 교부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수처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김 전 부장검사의 인사발령으로 합수단 단장과 주임 검사가 교체됐다"며 "직무 관련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뇌물 수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과거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면서 쌓은 친분에 따라 1천만원을 빌려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두 사람의 관계도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에게 술을 산 적이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일방적인 향응 제공'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변호사의 수사 편의를 봐줬다는 점에 대해서도 담당 검사가 김 전 부장검사로부터 사건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부정 청탁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과거 박 변호사와 함께 일한 인연이 있던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 시절인 2015~2016년 박 변호사에게 수사상 편의를 봐주고 1093만 5천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 접대를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2022년 3월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2016년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의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을 수사할 당시 처음 드러났지만, 당시 검찰은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무혐의로 종결한 내용이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로 불린 김모씨가 2019년 경찰에 박 변호사의 뇌물 의혹을 고발하며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2020년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 사건을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공수처가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했다.
이후 공수처가 김 전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으로 관심을 끌었다.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가 김 전 부장검사를 상대로 첫 기소권을 행사했지만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날 김 전 부장검사는 재판을 마치고 "존경하는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무죄판단으로 오해와 억울함을 풀어줘 감사하다"며 "공수처에서 무리하게 정치적 기소한 본 사건은 이미 2016년 대검 특별팀에서 무혐의로 수사가 마쳐진 것의 재탕, 억지 기소였음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