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에콰도르에서 TV 생방송 도중 총을 든 무장괴한들이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CNN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최대도시 과야킬에 있는 에콰도르 TC텔레비시온에 13명의 무장괴한이 침입했다.
이들은 두건과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으며 뉴스 생방송이 진행되던 스튜디오에 뛰어 들었다. 곧바로 진행자와 직원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카메라를 향해 수류탄을 내보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총성과 "쏘지 말라"는 외침도 들렸다.
직원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스튜디어 바닥에 엎드리거나 주저 앉았다. 이같은 상황은 그대로 중계됐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도 관련 영상이 퍼졌다. 에콰도르 군과 경찰은 현장에 급파돼 진압 작전을 펼쳤고, 1시간여 만에 관련자들을 모두 체포했다.
이번 사건은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치안 불안과 관련해 60일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지 단 하루 만에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노보아 대통령은 전날 최대 범죄단체인 '로스 초네로스' 갱단 수괴가 탈옥한 것을 계기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주문했다. 주민들에겐 오후 11시에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에콰도르의 사회적 혼란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이날 새벽 쿠엥카에 있는 이반 사키셀라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는 폭발 사건이 벌어졌다. 과야킬, 에스메랄다, 로하, 엘구아보 등지에서는 차량 방화와 총격 사건이 이어졌고 마찰라와 키토에서는 경찰관들이 납치되기도 했다.
또 다른 수감자 탈옥도 보고됐다. 경찰은 디아나 살라자르 검찰총장에 대한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수감됐던 '로스 로보스' 갱단 두목급 범죄자, 파브리시오 콜론 피코 수아레스가 탈옥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몇 년 새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가 되면서 갱단 간 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살인과 납치 등 강력 사건 발생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편, 주에콰도르 한국대사관은 "새해 벽두 조직범죄 단체가 공권력 및 시민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다행히 지금까지 우리 동포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962년 한국과 수교한 에콰도르에는 현재 600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