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원왕들과 험난한 경쟁' 고우석, SD 주전 마무리 꿰찰까

고우석. 황진환 기자

한국 대표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주전 클로저로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

고우석은 지난 4일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협상 기한을 24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마무리했다. 극적으로 꿈에 그리던 빅 리그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구단 공식 발표는 없으나 고우석의 계약 규모는 2년 450만 달러(약 59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KBO 리그에 데뷔한 고우석은 통산 7시즌 동안 353경기에 출전해 19승 26패 138세이브 6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19를 남겼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에도 출전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150km 중반대에 이르는 빠른 공이다. 고우석은 이를 무기로 2022년 개인 한 시즌 최다인 42세이브를 수확하며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 커리어가 아쉽다. 고우석은 부상 탓에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고우석의 빠르고 묵직한 구위는 살아 있었다는 점은 빅 리그 새 시즌 전망을 밝힐 수 있는 요소다.

마무리 1자리 두고 3명 경쟁…美 현지서도 '누가 될까?'


왼쪽부터 고우석, 로베르트 수아레스, 마쓰이 유키. 연합뉴스·수아레스 SNS 캡처·라쿠텐 이글스 홈페이지 캡처

이제 물러설 수 없는 빅 리그 주전 경쟁이 시작된다. 최근 샌디에이고는 심각한 유동성 문제로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프 시즌 불펜 강화에 열을 올렸다. 2023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조시 헤이더(29)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으면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우석의 경쟁자로는 두 선수가 거론된다. 과거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알버트 수아레스의 친동생 로베르트 수아레스(32),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200세이브 기록을 세운 마쓰이 유키(28)다.

현지에서도 2024시즌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투수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수아레스와 함께 3명이 경쟁할 것"이라며 "불펜에서 누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더라도 3명 모두 많은 이닝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데일리스포츠'도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헤이더가 FA로 나와 마무리 투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이어 "마무리 투수 자리를 놓고 싸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로베르트 수아레스, 멕시코·일본·미국 모두 경험한 베테랑 클로저


샌디에이고 로베르트 수아레스. 연합뉴스

우선 샌디에이고의 주전 클로저가 될 것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선수는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수아레스다. 1991년생으로 멕시코, 일본, 미국 무대를 경험한 베테랑이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7일(한국 시각) "최근 샌디에이고가 불펜 투수들과 계약했지만 수아레스가 경기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수아레스에 대해 "마무리 후보 1순위"라고 강조했다.

수아레스는 2015년 멕시코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사라페로스 데 살티요 소속으로 입단 첫해부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턴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소프트뱅크에 입단해 2019년까지 뛰었고, 2020년부터 2021년까진 한신에서 활약했다.

특히 한신 시절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적 첫해인 2020시즌부터 25세이브를 올리며 센트럴 리그 세이브왕에 올랐다. 2021시즌 활약은 더 뛰어났다. 62경기 1승 1패 42세이브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1.16에 불과했다.

이같은 활약으로 수아레스는 시즌 뒤 샌디에이고와 1년 7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MLB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2022시즌 45경기에 나서 5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7의 기록을 남기며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시즌 후 샌디에이고는 수아레스에 5년 46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으로 손을 내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작년 시즌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고작 2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4승 3패 평균자책점 4.23을 남기는 데 그쳤다. 빅 리그에서 풀 타임 경험이 없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지난 시즌 3차례 세이브 기회를 모두 날린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마쓰이 유키, 日 최연소 200세이브 기록 보유자·3차례 세이브왕 등극


마쓰이 유키. 라쿠텐 골든이글스 SNS 캡처

고우석의 또 다른 경쟁자는 일본인 좌완 마쓰이다. 일본 프로야구 최연소 200세이브 기록을 세운 마쓰이는 퍼시픽 리그에서 5시즌 연속 30세이브를 올렸고, 3차례 세이브왕에 오른 일본 대표 마무리다.

마쓰이는 지난해 말 샌디에이고와 5년 2800만 달러에 계약에 성공했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꾸준하게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라며 "불펜에서 9~10년을 지내면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고 마쓰이를 평가했다.

2014년 라쿠텐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마쓰이는 일본에서 10시즌을 뛰었다. 통산 기록은 501경기 25승 46패 23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 그 사이 2019년(38세이브), 2022년(32세이브), 2023년(39세이브) 퍼시픽 리그 세이브왕에도 올랐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과 만나기도 했다. 마쓰이는 작년 WBC에서 한국전에 등판해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삼자 범퇴로 막았다.

마쓰이는 주로 직구, 슬라이더, 스플리터, 컷 패스트볼 등의 구종을 구사하고 직구 구속은 최고 154km까지 나온다. 특히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잘 잡아내는 피칭 스타일이 장점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제구력의 기복이 크다. MLB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커리어 전반적으로 평균 이하의 제구를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극적으로 미국 땅을 밟은 고우석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샌디에이고 간판 마무리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이적이 확정된 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선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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