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한 지 8일 만에 퇴원한다. 당내 '비명계(비이재명계)'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연쇄 탈당 발표 직전 나온 전격 퇴원이다. 예상보다 빠른 퇴원 결정에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잡으려는 이 대표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상태가 많이 호전돼 내일(10일) 퇴원한다"며 "퇴원하면 자택으로 귀가하고 당분간 자택에서 치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말할 수 있는 상태며 당무 복귀 시기는 미정이라고 한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퇴원이다. 앞서 민주당 김영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복귀 시점을 "2주 이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이후"로 예상했다. 권혁기 당 대표 정무기획실장도 지난 7일까지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도가 빠르지 않다"며 후유증을 대비한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면서 입원 장기화를 암시했다.
때문에 이 대표가 조기 퇴원을 결심한 이유는 결국 뒤숭숭한 당내 상황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측은 "담당 주치의의 의학적 소견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게 당내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 대표가 퇴원하는 10일은 당내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탈당 기자회견을 여는 날이다. 이들은 10일 오전까지 이 대표가 사퇴를 전제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다음날인 11일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9일에는 이 전 대표를 비롯한 이준석·금태섭·양향자 등 제3지대 대표 주자들이 모여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구심력만 갖춘다면 양당을 위협할 제3지대 '빅텐트'가 구성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의 퇴원 시점이 민주당의 원심력이 강해지려는 시기와 맞물린 상황이다. 이를 두고 안팎에선 이 대표가 당이 분열 분위기로 흘러가기 전 내부 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탈당 관련 메시지가 당을 뒤덮기 전 결속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기 퇴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4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일반병실로 조기에 옮긴 뒤 빠른 시일 내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시다"고 밝힌 바 있다.
입원 중인 이 대표와는 달리 전국을 돌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9일에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한 데 이어 10일부터는 이틀간 부산·경남 지역 방문에 나선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퇴원하면서 내놓을 메시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복수의 의원들은 이 대표가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당을 통합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의 분열을 막고 통합하는 메시지를 낼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