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진행과 관련해 기존 제출한 4가지 자구안을 이행하는 것과 아울러 SBS와 티와이홀딩스 등 다른 계열사를 활용한 자금조달 방안을 추가 제시했다.
채권단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춰 워크아웃 개시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로 자구안 이행이 문제없이 이뤄질지, 주채권단 외 중소금융사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내 실제로 워크아웃이 이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제했던 SBS지분 담보까지 언급하며 '실천 의지' 강조한 태영
태영그룹은 9일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채권단 협의회 회의를 이틀 앞두고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에 제출했던 자구안을 충실히 실천할 것과 함께 그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SBS지분 및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를 언급했다.앞서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062억원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는데, 확보한 자금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며 자구안 미이행 논란이 일었다. 금융당국은 물론 채권단은 "남의 뼈만 깎는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며 지난 주말까지를 기존 자구안 이행 및 추가 자구안 발표 시한으로 압박했다.
이에 워크아웃 무산 위기가 커지자 결국 태영그룹은 이날 매각대금 지원에 더해, 추가 자구안까지 내놓으며 실천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채권단에 제시했던 4가지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이다.
태영그룹은 추가 자구안으로, '4월까지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태영그룹 사주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은 33.7%다. 티와이홀딩스는 SBS 지분을 36.9% 보유하고 있다.
이날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면 (지분을) 전부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태영그룹은 앞서 발표했던 기존 4가지 자구안만으로 일단 4월까지는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그룹은 특히 이날 '진정성'을 강조했다. 창업자인 고령의 윤세영 창업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말로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도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 내용의 핵심은 (사주의) 티와이 홀딩스와 SBS 주식 지분 담보로 제공한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대주주가 지분을 모두 걸겠다는 각오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그룹 발표에 채권단 일단 '긍정적'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9일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이행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이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집행분 890억원을 8일 오전에 태영건설에 대여함으로써 정상화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며 "태영건설의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주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채권단에 전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채권단은 또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 이후 기업개선계획 수립 시까지 필요한 부족자금을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인 바, 계열주가 발표한 방안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함을 확약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워크아웃 개시 무산까지 언급하며 태영그룹의 자구안 실행 의지를 의심한 채권단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 협의회에서 결정될 워크아웃 개시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이 협의회에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선 4가지 자구안을 시행하면서 시간이 걸릴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면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실효성과 구속성이 있으면 워크아웃을 하는데 필요한 상거래 채권을 갚으며 시간을 벌 수 있는 규모로 보여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 역시 "일단 지분 담보에 대한 추가 자구안이 나왔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이날 약속한대로 이행이 잘 될지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태영건설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워크아웃 개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지주사인 티와홀딩스의 연대보증을 유예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 하루 앞두고…관건은?
이처럼 워크아웃 개시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시장에서는 방심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워크아웃 개시를 의결하려면 전체 채권단의 75%가 찬성해야 하는데, 산은을 포함해 은행권의 채권 보유 비중은 약 33%다. 중소 금융사 등 나머지 채권자의 동의가 적어도 42%는 필요한 상황이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609곳에 달해 상당한 점 역시 워크아웃 승인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태영 측 입장에 긍정적으로 선회하더라도 11일까지 남은 기간동안 산업은행이 채권단을 설득하기엔 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채권단 명단을 보면 태영건설에 직접 돈을 빌려준 신용협동조합만 54곳에 달한다. 태영건설이 채무를 보증한 곳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지역별 새마을금고 수십 곳과 오케이·한화·남양·우리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단위 농업협동조합까지 포함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담보가 확실한 금융사의 경우 워크아웃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채권단이 워낙 다양해 이해관계에 따른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기간동안 채권단에 대한 설득과 이에 따른 평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향후 태영그룹 자구안의 실제 이행 여부도 관건이다. 채권단은 일단 제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가결된다면 즉시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개시해 정상화에 대한 가능성 분석 및 추진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채권단은 기자회견 이후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할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에도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제시된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채권단과 시장으로부터 여러가지 우려와 불만들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져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