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이 국민의힘 합류를 공식화하면서 내년 총선 대전지역 판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민주당에서는 이 의원이 이번 국민의힘 입당으로 세 번째 당적을 바꿨다며 '철새정치'라고 비판했다.
대전 5선 이상민, 국민의힘 합류…'야당 석권' 대전 판도 술렁
8일 국민의힘 입당식을 가진 이 의원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온다는 다부진 생각으로 입당했다"며 각오를 표했다. 지난달 이재명 대표와 강성 지지층을 강하게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 의원은 이후 제3지대 합류와 무소속 출마 등을 고민하다 결국 국민의힘으로 행선지를 확정했다. 지난 6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오찬 회동 후 입당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입당식에서 "제 지역구는 국민의힘에 험지로 알려져 있다"며 "인접 지역인 대전과 같이 합동해서 옆에 있는 세종, 충남, 충북, 충청권, 중부권에 미력하나마 갖고 있는 노력으로 총선 승리에 조금이라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라고 했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합류로 전통적인 '스윙보터' 지역인 대전 지역 판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대전 7개 지역구 전체를 민주당에게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이 의원 지역구인 유성을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자리도 현재 공석이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7개 지역구 중 유성을을 제외한 6개 곳에서 승리했고, 이어진 지방선거에도 대전시장을 비롯해 4개 구청장을 가져갔다. 여권은 이 의원의 합류로 충청지역의 세 확산에 힘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주요 인사들의 정계은퇴와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한 균열도 감지된다. 대전 서구갑에서 6선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대전 중구의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정훈 이어 이상민까지 與 야권 영입 인사들 '철새' 논란 계속
다만 민주당에서는 조정훈 의원에 이어 이 의원까지, 국민의힘으로 옮긴 전 민주당 측 인사들의 잦은 당적 변경을 지적하며 '철새정치'라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이 의원은 2008년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충청 기반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으로 입당해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2년 다시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겨 3선을 지냈다. 이번 국민의힘 입당까지 세 번째 당적을 바꾸게 된 셈이다.
비슷한 논란은 지난해 조정훈 의원의 입당 때도 있었다. 조 의원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가 낙천하자 시대전환을 창당했고, 탈당 후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했다. 당선 후 제명 형식으로 시대전환으로 돌아온 조 의원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과 시대전환의 흡수합당 절차가 마무리되며 여당 소속이 됐다.
민주당은 이 의원의 행보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총선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기류다.
이 의원의 국민의힘 입당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에서는 "여당만, 권력만 찾아다니는 철새 정치인은 철저하게 심판해야 한다(김용민 의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보여온 작태는 몸값을 올리기 위한 더러운 수작에 불과(신영대 의원)", "왜 하필 국민의힘인가. 명분이 뭔지 잘 모르겠다(조응천 의원)" 등 계파를 불문하고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 서구을이 지역구인 박범계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유성은 민주당이 워낙 강세 지역이라 대전의 총선 판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