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모가 "딸을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분개했다. 유명 변호사를 선임한 가해자와 달리 피해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부모가정으로 딸을 키우고 있다는 A씨는 5일 온라인커뮤니티에 '36살 남자가 12살 제 딸을 성폭행했는데 무죄라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5월 28일 벌어졌다. 당시 만 12세였던 A씨의 딸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났고, 이 남성은 A씨 딸을 무인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A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아이를 태운 가해자는 어두운 길로 갔다고 한다"며 "아이는 신호대기 중에 도망갈까 생각도 했지만 해코지를 당할 게 두려워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가 내리라고 해 따라가니 침대가 있어 모텔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며 "'무섭다', '집에 가야 한다'는 아이의 말에도 가해자는 준비한 수갑으로 아이를 결박했다"고 전했다. 가해 남성은 A씨 딸에 성 기구를 사용하고 채찍으로 때리기도 했으며 성폭행을 범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사흘 뒤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한 달 만에 범인이 잡혀 6월 23일 구속됐다"며 "6개월 간의 긴 재판 끝에 최종선고가 내려졌고 결과는 무죄였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A씨의 딸은 불안증세에 자해를 거듭하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상태라고 한다.
A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법적인 자문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조언을 기다리겠다"라며 "가해자는 N번방 조주빈이 선임했던 변호사를 선임했다"라고 씁쓸해했다.
A씨가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가해 남성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 4일 해당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측은 A씨 딸 나이가 13세 미만인 점을 인지하지 못했고 성행위 등의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14살이라고 말한 점 △피해자의 키가 158cm로 성인 여성 평균 체격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피해자가 만 13세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성인용 기구들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점 △피해자의 진술에 언급된 적 없는 성인용 기구 한 개에서만 피해자의 DNA가 검출된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기소했으면 어땠을까.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개정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이란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간음·추행한 경우 강간죄에 준해 처벌하는 조항이다. 조주빈 등 N번방 파문 이후 2020년 5월 형법 제305조로 신설된 조항이다.
이 누리꾼은 "서로의 대화에서 나온 '14살이다' 등은 오히려 범죄성립에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며 "실제 강간 행위가 없거나 입증하지 못한다 해도 성립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항소심에서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 두 혐의로 기소해 유죄가 나오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