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행 중이던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 동체에 구멍이 뚫려 비상 착륙하는 사고가 나자 미국에 이어 유럽, 튀르키예 등이 해당 기종 운항을 일시 중단하고 점검하도록 조처했다.
현지시간으로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항공사인 터키항공은 자사가 운영하는 737 맥스 9 항공기 5대를 점검하기 위해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터키항공 측은 현재 운항 중인 항공기의 경우 처음 착륙하는 공항에서 대기하며 검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앞서 내려진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737 맥스 9 기종 검사명령을 따르기로 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EASA가 운항 중단 조치도 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부연하지 않았다.
FAA는 전날 미국 항공사가 운영하거나 미국 영토에서 비행하는 특정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시키고 즉시 점검에 나서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해당 명령은 약 171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FAA는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항공 정보업체 시리움(Cirium)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737 맥스 9 항공기가 모두 215대라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유나이티드 항공이 가장 많은 79대를 운영 중이고 이번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가 소속된 알래스카 항공이 65대를 보유했다.
이밖에 파나마의 코파 항공, 아에로멕시코, 터키항공, 플라이두바이, 아이슬란드 항공 등이 해당 기종 여객기를 운항 중이다.
알래스카 항공의 경우 검사 대상 65대 가운데 18대는 점검을 마치고 운항을 재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전날 오후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 9 여객기가 이륙 직후 기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져 회항했다.
여객기는 약 1만6천피트(4876m) 상공에서 비행 도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면서 동체에 큰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이륙한 지 약 20분만에 비상 착륙했다. 일부 경상자 외에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승객들은 큰 폭발음과 함께 공기가 빠르게 빠져나갔고 산소마스크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알래스카항공과 FAA,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기체 설계보다는 제조 과정상의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잉의 737맥스 9 기종은 객실 좌석 배치를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모듈식 차벽으로 비상구 수를 조정할 수 있게 설계됐다. 비즈니스석 등 더 넓은 좌석을 많이 설치하는 경우 전체 탑승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비상 출입문도 덜 필요해지므로 일부 개구부를 모듈형 차벽으로 막을 수 있다.
차벽으로 막으면 객실 내부에서는 일반적인 기내 벽면처럼 보이지만 외부에서는 비상구 윤곽이 보인다.
이번에 비상착륙 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여객기가 후자의 경우다. 외신들은 사용하지 않아 차벽으로 막아둔 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보잉 737 계열 기종에 이런 모듈형 차벽이 도입됐으며 항공기 수백 대에 설치돼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항공 사고 여객기의 동체는 보잉의 부품 공급사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에서 제작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사고조사 책임자를 지낸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 구제티는 "이번 사고는 제조상 결함의 모든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티는 "우리는 보잉이 제조상의 품질 결함과 관련해서 보인 모든 문제와 연관 지어서 이번 사고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737맥스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추락 사고로 모두 346명이 사망한 뒤 전 세계에서 20개월간 비행이 중단된 기종이다.
FAA는 2019년 3월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가 2020년 11월 이를 해제했다.
지난달에는 한 국제 항공사가 정기 점검 도중 737 맥스의 방향타 시스템에서 나사가 빠지거나 느슨하게 결합한 사례를 발견해 보잉이 전 세계 항공사에 검사를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