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을 노리고 선고 직전 법원에 공탁금을 거는 일명 '기습 공탁'이 범죄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나 피해자가 공탁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법원이 유리한 양형 요소로 검토해 선고가 이뤄지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022년 12월부터 가해자가 피해자 개인정보를 몰라도 공탁금을 걸 수 있는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시행하면서 가능해진 기습 공탁으로 이를 악용하는 '나쁜 피고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 손정아(변시 1회)·박가희(사법연수원 45기)·임동민 검사(변시 8회)는 최근 대검찰청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 겨울호에 '형사공탁의 운용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 논문을 게재하고 기습 공탁을 비판했다.
이들은 "피고인 형량에 공탁을 어떻게, 또 얼마나 반영할지 구체적인 양형기준이 없어 법원이 혼란을 겪고 일부 판사는 피해자 처벌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공탁금을 피고인의 '반성 증거'로 보고 감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론이 모두 종결된 뒤 재판부 선고를 단 며칠 앞둔 상황에서 피고인이 기습적으로 거액을 공탁하는 경우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검찰이 법원에 가해자 처벌 의사를 재차 밝힐 기회도 없이 공탁금이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되는 경우가 빈번해서다.
이런 '황당한' 재판은 항소심에서 더 문제가 된다. 항소심 재판 중 이뤄진 기습 공탁이 형량에 반영된다면 피해자 의사가 양형에 반영될 기회를 사실상 잃게 되기 때문이다.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 사유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 사건'에 한하기 때문이다.
기습 공탁 같은 '꼼수'를 막으려면 피해자 의견이 공탁 과정에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형사사건 변론 종결 14일 전까지만 형사공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 개정안을 작년 9월 발의한 게 대표적이다. 피해자나 검찰이 공탁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자는 취지다.
이를 검토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원이 형사공탁에 대해 피해자 의견을 청취하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기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 의사가 반드시 양형에 반영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검찰청도 "형사공탁 제도 부작용과 문제점을 최소화하려면 피해자가 재판부에 공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해 8월 전국 일선청에 "기습공탁이 확인된 경우 재판부에 선고 연기 또는 변론재개를 신청하거나 피해자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하는 등 대응하라"는 취지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