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천국제공항에는 이른 새벽 시간임에도 적지 않은 야구팬이 고우석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
샌디에이고 구단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끌고 당당하게 입국장을 빠져나온 고우석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밝은 미소는 잃지 않았다.
우리 시간으로 지난 4일 오전 7시가 포스팅 협상 마감이었던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구단의 최종 제안을 받고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3일 오후 부랴부랴 미국을 향해 떠났다.
고우석이 스스로 "(만료) 7분 전에 계약 성사됐을 정도라 걱정했는데, 딱 성사되고 나니 기쁨보다는 안도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
이틀 밤은 비행기에서 보내고, 샌디에이고 호텔에서는 딱 하루만 쉬어 사실상 '1박 4일'의 숨 가쁜 일정을 보냈다.
그사이 그는 미국을 왕복하고 신체검사를 받은 뒤 계약서에 사인하고, 홈구장인 펫코 파크를 찾아 팬들에게 인사를 남기는 등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고우석은 계약 기간 2+1년, 최대 940만달러(약 123억원)를 받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2년 동안 400만 달러를 보장받고 성적에 따라 구단이 옵션을 실행하면 3년째 300만 달러를 더 받는다.
이때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240만 달러를 더 받는다.
구단이 2년 뒤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고우석은 바이아웃 50만 달러를 받고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고우석은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구위를 뽐내는 마무리 투수다.
2017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통산 7시즌 동안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남겼다.
2022년에는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LG 선수 최초의 40세이브를 달성했고, 지난해는 부상 여파로 정규시즌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고전하면서도 한국시리즈에서는 29년 만의 LG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 자격을 갖춘 그는 LG 구단의 동의를 얻어 MLB 무대에 도전장을 냈다.
계약 총액은 LG 구단이 설정한 빅리그 진출 허가 기준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LG 구단은 선수의 꿈을 위해 승낙했다.
고우석은 "포스팅 신청을 한 것은 내 가치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며 "LG 구단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샌디에이고가 그에게 기대하는 임무는 마무리 투수다.
고우석은 일본프로야구 출신 왼손 구원 투수 마쓰이 유키, 오른손 강속구 투수 로베르토 수아레스와 2월 중순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에서 소방수 경쟁을 벌인다.
이에 대해 고우석은 "아직 완전한 메이저리거가 된 것은 아니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이겨내야 (보직 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귀국한 고우석은 당분간 서울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다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한 서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