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정세운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여섯 번째 미니앨범 '퀴즈'(Quiz)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싱어송라이돌'(Singer-songwridol) '샤피'(sharpie) '퍼펙틀리'(Perfectly) '글로우 인 더 쇼'(Glow in the show) '올웨이즈'(Always) '유 아 위드 미!'(YOU ARE WITH ME!) '열일곱'(17)까지 총 8곡이 실렸다. 정세운은 모든 곡을 작사했다. 총 7곡 작곡과, 5곡 편곡을 맡았다.
인터뷰 시작 전, 새 앨범 전 곡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들었다. 정세운은 한 곡 한 곡을 짧게 소개했다. 우선, '싱어송라이돌'은 "제 수식어 중에 '싱어송라이돌'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갖고 재밌게 가사로 한번 풀어보고 톡톡 튀는 곡으로 만든" 곡이다. 온라인으로만 공개되는 '샤피'는 해외 밴드 나이틀리(Nightly)와 함께했다. 정세운이 해외 아티스트와 같이 곡 작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소 해외 아티스트와 작업해 보고 싶었다는 정세운은 회사 소개로 밴드 나이틀리와 연이 닿았다. 나이틀리가 그리는 방향이 있었고, 들어 보니 "너무 좋아"서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전 곡 작사 작곡 무조건 다해야 하고 이런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좋은 곡 있으면 받아서 해도 되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저랑 되게 안 어울릴 것 같은 극한의 힙합"도 협업을 통해 해 보고 싶다는 정세운. "많이 열려" 있기에,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예술가와 "접점을 찾아서 하면 좋고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문치와의 인연을 묻자 정세운은 "'놀면 뭐하니?' 나와서 빵 떴는데 저는 뜨기 전에 우연히 음악을 디깅(탐색)해서 듣다가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느낌을 발견해서 이분과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락처를 수소문해 먼저 제안했고, 작업실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정세운은 박문치를, "되게 자유롭고 솔직하고 음악을 되게 좋아하고 음악 할 때 즐기고 행복"해한다며, 협업했던 기억이 무척 좋았고 "음악 결도 되게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유 아 위드 미!'와 '17'은 이번 앨범 '퀴즈'를 계기로 정식 음원 발매됐다. '유 아 위드 미!'는 공연에서 먼저 들려줬고, 다듬고 정리해서 실었다. '17'에 관해 정세운은 "가사가 제일, 많이, 확 들릴 수 있는 곡"이라며 "제일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라고 전했다.
'17'은 정세운이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출연했을 때 나이다. 정세운은 "그때 나이고 그때 나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것에도 반짝이고 되게 크게 감정을 느끼던 시절이 있지 않나. 모두가 지나왔던, 지나고 있는 열일곱, 그때 우리의 시절과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고 밝혔다. 당시 음악을 독학했던 정세운은 전공자인 출연자들을 보며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는 느낌"이어서, "음악적인 학구열"이 생겼다고.
"변화라는 게 되게 재미있는 요소"라며 "변화가 조금 있어야 나아갈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에게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 정세운에게 앨범을 만들면서 느낀 '변화'가 있냐고 물었다. 정세운은 타이틀곡 '퀴즈'를 같이 만든 선우정아와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는 선우정아님이랑 작업하면서 뭔가 한계를 뚫은 느낌이 들었어요. 선우정아님이 보컬 디렉팅도 해 주시고 같이 작업했는데, 오래 음악 하셨고 전문 음악인이시니까 당연히 저보다 아는 노하우와 테크닉이 많은데 가감 없이 공유해 주셨어요. 같이 작업해 보면 알잖아요. 어떤 걸 집어내고 어떤 디테일적인 걸 보는지. 그걸 같이 작업하면서 느끼게 되다 보니, 내가 생각도 못했던 부분도 짚어주시더라고요. 막힌 부분이 있었는데 그걸 수월하게 풀어내시고요.
녹음한 걸 들어보니 군데군데 다 표정이 생긴 듯한 느낌이었어요. (가사의) 이 줄은 이 표정을 짓고 부르는 거 같고, 하는 느낌을 스스로도 받아서 그런 점에서 음악적으로 한층 넓어진 느낌이에요. 다음 앨범에도 계속 조금씩 조금씩,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할지언정 스스로 느끼기에 발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남들이 모를 디테일인 경우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만족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개인적인 만족감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해요. 그걸 끊임없이 찾아내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정세운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물론 그게 어렵다는 건 안다. 그는 "나를 막 표출해야 하는 직업이니까 나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게 역설적인 것 같지만 되게 필요한 것 같다. 자칫 나한테 너무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면 내가 못 보고 지나치는 게 많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활동 목표 질문에 "오랜만에 나오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한층 더 뻔뻔스러워진 것 같다. 이때 좀 다 해 보자!"라고 정세운은 답했다. 뮤직비디오에서 평소 입지 않았던 부츠컷 바지를 입은 것을 예로 든 정세운은 "재밌더라. 그런 데서 안 입으면 언제 입겠나"라며 웃었다.
정세운은 "같이 재밌게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앨범 작업할 때도 행복하게 작업했나 안했나가 다 티가 나고. 앨범 들었을 때도"라며 "저도 이것저것 해보면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경험도 할 수 있는 거고 거기서 서로한테 좋은 거 같다. 저도 좀 재미있게 즐기려고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수를 "단순히 지금 순간의 제 직업"을 넘어, "백발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하고 싶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직업"으로 바라본다는 정세운은 지난 4일 미니 6집 '퀴즈'를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