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 사태' 급한 불 껐는데…홍해 사태‧중국發 공세에 불안 여전

한 주유소 요소수 재고창고에 요소수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베트남 등 제3국 수급을 통해 요소 부족 사태는 진정됐지만 갈륨 등 다른 원자재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여전히 불안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홍해 사태로 해상 물류 정체 현상이 발생하는 등 국제적 돌발 변수로 인해 향후 공급망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초 발생한 중국(發) 요소 수급 사태는 우리 정부가 제3국을 통해 수입 물량을 확보하면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불과 한 달 만에 지금 7개월 이상 (요소의) 국내 비축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말 중국이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산업용 요소 물량 통제 나서면서 일각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보이는 등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일었다. 정부가 즉각 경제안보 핵심품목 전담반(TF)을 가동해 차량용 요소 수급에 나선 결과, 기업들의 대체물량과 조달청의 공공비축분 등을 합쳐 약 7개월분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요소 자체는 희소한 원자재는 아니지만,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산 요소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중동 등에 비해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물류 비용 측면에서도 원가의 10~15%가량 절감 효과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우리 정부는 수동적 대처에서 탈피해 능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중국 외 제3국 대안 노선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직원이 요소수를 진열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안 장관은 청문회에서 "지난달 발표한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을 통해 공급망 안정 품목에 대해 다각적 방법으로 자립화, 다변화, 자원비축 등 안정화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정부는 흑연과 희토, 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품목을 선정해 2030년까지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정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구상이지만, 사실상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초부터 전문가들 함께 수입 100만달러, 특정국 수입의존도 50% 이상(특정 3국 수입의존도 70% 이상) 등 해당 소부장 품목 1719개를 검토했다. 이 중에서 최종적으로 185개 품목을 선별했다. 
 
올해 상반기 내 품목 재정비와 공급망 역량 강화, 조기경보 시스템 고도화 등이 담긴 '공급망 안정화 3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제2의 요소 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공급망위원회도 신설한다. 핵심 품목에 대해선 최대 10조원가량 기금 조성으로 기술 자립과 자원개발 역량을 상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지만, 최근엔 홍해 사태가 터지면서 또 다른 변수들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이외 동남아, 중동 등 수입 다변화를 위해선 결국 해상 물류가 핵심 요소인데 반군 또는 해적들의 공격으로 인해 해상 운송의 불안 요소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홍해에서 예멘 반군인 후티의 민간 선박 공격으로 인해 해상 운송이 정체되면서 공급망 혼란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국으로 물류 이송 정체가 삼각해질 경우,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경제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해 인근을 항행하는 화물선. 연합뉴스

실제로 반군의 공격을 피해 상당수 선박들이 홍해를 우회하면서 운송비는 급상승하고 있다. 운송 시간이 길어지면서 운임이 상승하고 추가 요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가는 운송 비용은 이미 2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는 필요하지만 대(對)중국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수익 창출이 우선 가치인 기업 입장에선 더 싸고, 품질이 더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면 결국 그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다"며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교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내수 시장이 작아 요소를 대량 수입해 쌓아 놓을 수가 없다"며 "원자재 수입과 소비의 비용 측면을 고려하면서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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