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 측은 "최근 푸바오의 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바오 패밀리'를 사랑해주시는 마음은 감사하나 사육사 개인을 향한 지나친 비난 또는 팬들 간의 과열된 댓글이 늘어나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직접적인 비방, 욕설이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불편감, 불쾌감을 주는 댓글은 지양해달라. 타인을 저격하고 비난하는 글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해당되는 댓글들은 관리자의 모니터링 하에 삭제 조치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최근 또 한 번 자연번식에 성공한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낳았고 이들이 방사장에 나올 시기가 되어 에버랜드 판다 방사장은 쌍둥이 환경 조성을 위해 대대적인 정비를 가졌다. 푸바오는 한동안 쌍둥이 육아애 매진 중인 엄마 아이바오를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푸바오가 곧 중국으로 떠나기에 쌍둥이 판다만을 챙긴다는 질타가 쏟아진 것.
중국 반환까지 1년 남짓 남겨둔 지난해, 푸바오는 에버랜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새끼 시절부터 지금까지 푸바오의 귀여운 영상들이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주목 받으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푸바오 신드롬'이었다. 에버랜드는 고가 카메라로 푸바오의 일상을 담는 팬들로 넘쳐 났고, 하루에 7~8천명이 푸바오를 보기 위해 판다랜드를 찾을 정도였다. 푸바오 '굿즈' 역시 높은 판매량을 자랑했다. 푸바오 콘텐츠를 위해 연예인들 방문이 쇄도했고, 사람들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여유롭고 행복한 판다 푸바오를 통해 '힐링'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출생부터 지금까지 푸바오와 동고동락 중인 강철원 사육사에게 시선이 쏠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강 사육사가 푸바오와의 일상을 찍어 올린 유튜브 동영상들은 조회수 100만 건을 훌쩍 넘었다. 푸바오 신드롬 이후 강 사육사는 친근한 애칭까지 갖게 됐다. 판다 가족들의 '바오' 돌림자를 붙여 '강바오', 푸바오의 실질적인 '할아버지'란 뜻에서 '할부지'라고 불렸다.
이에 강 사육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푸바오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걱정을 하셨다. 시설을 변경할 때 푸바오까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믿어주시라"며 "악플(악성 댓글)은 사랑하는 마음이라 생각하고 수용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인신 공격성 악성 댓글마저도 푸바오를 향한 애정에서 비롯됐기에 겸허히 감내하겠단 각오였다. 그의 변함없는 '푸바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에버랜드의 판다는 아이바오의 출산으로 러바오·아이바오 부부와 첫째 푸바오, 쌍둥이 루이바오·후이바오까지 총 5마리로 늘었다. 멸종위기종인만큼 하나하나가 소중한 개체이고, 인기도에 따라 관리에 차등을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새끼 판다들을 위해 방사장이 재정비되거나 이미 독립 개체인 푸바오가 '엄마' 아이바오와 만나지 못하는 일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단 이야기다. 인간 기준에서 푸바오는 아직 어리지만 '판생'(판다의 생)으로 따지면 짝짓기가 가능한 나이가 되기도 했다.
푸바오는 올해 중국에 반환된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아쉬운 법이다. 그러나 푸바오를 향한 애정이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명분으로 변질된다면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