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경영권 분쟁이 홍원식 회장의 완패로 끝나며 남양유업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됐다.
남양유업이 그동안 대리점 갑질 논란에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불가리스 파문 등 '오너 리스크'로 실추된 이미지를 바로 잡고 적자를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4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홍 회장은 지난 2021년 초 이른바 '코로나19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지고 사임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문제는 해당 발표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 얻은 결과였을 뿐,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질병관리청은 실제 인체에서 불가리스가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 제품에 대해서만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세포시험을 했음에도 불가리스 제품 전체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제품명을 특정한 사실도 드러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불가리스 파문'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홍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어 2021년 5월 27일 한앤코에게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홍 회장은 같은해 9월 한연코에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오너(사주) 일가 처우 보장' 등 일부 계약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홍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해 보수를 지급하고 홍 회장 부부에게 '임원진 예우'를 해주기로 약속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계약 과정에서 홍 회장 일가는 물론 한앤코까지 '쌍방대리'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반발한 한앤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넘기라며 소송을 진행했는데, 1·2심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변호사들이 양측 의사 표현을 전달하는 보조행위에 그치고 변호사가 스스로 의사를 결정한 적이 없으므로 쌍방을 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홍 회장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피고(홍 회장 측)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판시하며 경영권 분쟁은 종결됐다.
이에 홍 회장은 일가가 맺은 회사 주식 전부를 한앤코에 양도하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이날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남양유업의 최우선 과제는 홍 회장 재임 시기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꼽힌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폭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고, 2019년에는 홍 회장이 경쟁업체 제품의 안전성 등을 의심하는 비방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며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또 한앤코와의 소송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정상 경영이 어려웠던 상황인 만큼 돌파구 마련도 중요한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각종 구설이 많은 회사였지만, 60년의 업력을 가졌고, 전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제품을 다수 생산하는 회사인 점은 분명하다"며 "홍 회장 일가와 빠르게 선을 그으며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면 충분히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