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 발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은 애초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가 2022년 말 여야 합의로 시행 시점을 내년 1월로 2년 미뤘던 금투세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금투세는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천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2022년 말 여야는 금투세 시행을 2년 연기하는 대신 모든 주식 거래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기존 0.23%에서 2023년 0.20%, 올해 0.18%를 거쳐 최종 0.15%까지 내리기로 합의했다.
이런 여야 합의를 뒤엎는 윤 대통령의 '폭탄선언'에 즉각 대통령이 정책 당국과 협의 없이 '즉흥 발언', '깜짝 발언'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일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정부가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이 열린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들 관심은 올해 경제정책방향보다 브리핑 직전에 터져 나온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발언에 더 크게 쏠렸다.
2022년 尹 정부 첫 경제정책방향에는 금투세 '유예'도 담겨
기재부의 경제정책방향 내용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사전 브리핑을 주재한 김병환 제1차관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도 금투세 관련이었다.
김병환 차관은 해당 대통령 발언이 기재부와 협의가 됐냐는 질문에 "협의한 사안"이라면서도 "언제 협의했느냐는 제가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대통령 행보나 메시지 관련 정책은 그 특수성을 굉장히 깊게 고려해 다룰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추진 발언이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나왔다는 김 차관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커 보인다.
올해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진할 주요 정책 과제를 담은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금투세 폐지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비춰 보면 기재부가 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추진 발언 과정에서 '패싱'을 당했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금융혁신' 과제 주요 내용으로 '금투세 도입 2년 유예'가 적시돼 있다.
기재부, 경제정책방향 목표 변경…금투세 폐지 추가는 없어
이를 바탕으로 여야가 논의를 벌여 2년 유예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 '1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도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금투세 시행 '유예'도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정책방향에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는데 그보다 훨씬 더 엄중한 사안인 금투세 '폐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선언할 만큼 사전에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충분히 협의했다면 금투세 폐지 추진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반드시 포함됐어야 마땅하다.
기재부는 지난 3일 "올해 경제정책방향 목표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밝힌 '체감하는 민생경제 + 지속성장 구조개혁'에서 '활력있는 민생경제'로 변경됐다"고 알렸다.
그러나 금투세 폐지 추진이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추가됐다는 공지는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