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명대 출산율' 앞둔 韓, 올해엔 반전 계기 마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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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명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나라는 한 세대가 200명(부부 100쌍)이라고 할 경우, 다음 세대는 70명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말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은 사라지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저출산이 지닌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0~40%를 앗아간 흑사병을 능가하는 속도의 인구 감소(depopulation)라는 진단도 덧붙였다.
 
"선진국 중에서도 '연구 대상(striking case study)'"이라는 딱지가 붙은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2022년 기준 0.78명이다. 1명 미만으로 주저앉은 2018년 이후 내리 하락세로,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다.
 
이강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인구위기의 시대, 2024년도 10대 도전과제와 미래대응전략' 중 발췌

사망자가 출생아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는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올 2월 발표될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 후반에서 0.7명대 초반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작년 1년간 태어난 것으로 등록된 출생아는 집계 이래 최저치인 23만 5천여 명이다. 최근 통계청은 오는 2025년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집권 3년차에도 '냉정한 원인 파악', '실효성 있는 대책 모색'을 주문하는 모양새는 아쉽지만 가용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인구 위기의 실마리를 풀 '골든타임'은 길어야 10년이란 게 중론이다. 연 60만~70만이 태어난 90년대~2000년대생(生)이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다는 가정에서다. 이후로는 출생아 수 자체가 꺾여 출산율이 반등하더라도 유의미한 전기를 만들기 어렵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김영미 부위원장은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희가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바라는 것은 (최소한)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원하는 것은 지금 (연간) 20만 명대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는데, 이걸 30만 명대까지는 회복시키는 것, 그리고 (합계출산율을) '1명 이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단발성 정책으로 잠시 '반짝' 했다 다시 가라앉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 추세로서의 반등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저출산 시대, 인구정책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러한 정부의 바람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까. 혹은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기대일까.
 
올해부터 달라지는 저출산 정책으로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부모급여' 확대와 이른바 '6+6 부모육아휴직제' 등이 있다.
 
작년에 처음 도입된 부모급여는 출산과 양육으로 손실되는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한 지원금으로 기존 영아수당의 연장선상에 있다. 만 0세 아동 가구에 월 70만원 지급되던 금액은 이제 100만원으로 올랐고, 만 1세 아동 가구는 매달 35만원에서 50만원으로 급여가 인상됐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는 가정은 보육료 바우처로 지급받고, 종일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시엔 정부지원금으로 받는다.
 
출생 초기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첫만남이용권' 바우처도 다자녀 가구 중심으로 지원을 넓혔다. 종전의 200만원 균등 지원에서 첫째 아이는 200만원, 둘째 이상부터는 300만원으로 지급액이 올랐다.
 
현금성 지원 확대와 더불어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부분은 '일·가정 양립'이다. 대표적 정책인 '6+6 육아휴직'은 여성에게 쏠린 '독박육아'를 분담하는 동시에 휴직기간 소득절벽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그간 한국은 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 기간(현행 78주)은 긴 데 반해 실 사용률은 OECD 최하위권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출생아 100명당 사용자 비율 여성 21.4명·남성 1.3명). 휴직 시 보전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소득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액의 비율, 44.6%)이 원체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생후 18개월 이내 영아를 둔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6개월간 최대 월 450만원(통상임금 10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생후 12개월 이내 아이 부모가 동시에 또는 차례로 육아휴직을 할 때 석 달 간 휴직급여를 통상임금 80%에서 100%로 상향 지급하던 '3+3제'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부모 중 한 쪽이라도 지난 1일 이후 육아휴직을 최초로 쓰면 '6+6제'를 적용받는다.
 
맞벌이 부부 등의 돌봄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초등학생에게 밤 8시까지 교육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도 올 1학기 전국 초교 2천여 곳에서 시범시행 후 2학기 전면 확대된다.
 
이밖에 만혼 증가 등을 고려한 난임시술 지원의 소득기준 폐지, 신생아가 있는 무주택 가구에 대한 특례 대출, 신혼부부의 증여세 감면 등도 저고위 논의를 기반으로 범부처 저출산 대책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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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가 향후 추진 방점을 둔 '투 트랙'은 크게 △아동수당 확대 △육아휴직 보편화다.
 
전보다 지원규모를 늘렸다곤 하나 양육지원은 여전히 영유아에 국한돼 있다. 사교육 부담이 큰 한국에서 학령기 지원은 오히려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10월 '초저출산 장기지속 시대의 인구위기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가족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8~17세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생애초기 부모돌봄을 모든 영아의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 현행 고용보험기금과 분리된 별도의 재원을 가진 부모보험을 도입하자"고 제언했다.
 
정부는 현재도 대기업 등 일부만 전용하고 있는 육아휴직을 모든 부모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 조성과 함께 아동수당 지원 연장을 1순위 과제로 보고 있다.
 
방향성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저고위의 자체 추계에 따르면, 연간 10조 이상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그동안 수백 조를 썼는데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을 하시는데, 방어하는 차원에서 얘기한다면 허수가 상당히 많았다"며 "실질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게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OECD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이를 평균 수준까지 올리기 위한 금액이 10조에서 11조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부분 같은 경우에는 다른 세원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이 어디가 있을까를 좀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초저출산 장기지속 시대의 인구위기 대응방향' 특별보고서(2023.10.) 중 발췌

국민들이 별도의 '증세'를 반기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곳곳에서 폐교가 잇따르는 데 반해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내국세 20.79%, 시·도 교육청 자동배정)은 자연 증가하며 되레 '곳간이 넘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30만대로 급감한 현실을 반영해 교육예산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에 가면 (실제로) 그 돈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교육당국이) 다운사이징되는 교육 상황에 맞춰 어떻게 체제를 정비할지를 먼저 얘기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라며 "그걸 (저출산 정책 예산으로) 쓰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지자체별로 상이한 출산장려금 등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리하고 일원화한다는 전제 아래 소득분위별로 차등을 둔다면, 최소 15세까지는 아동수당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저출산 문제의 '컨트롤 타워'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고위는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 대응기구로서는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예산 조정 권한도 없어 실권이 없다는 취지다.
 
이 센터장은 "독립적 기관으로 힘을 실어주는 형태가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궁극적으로는 세입과 세출을 명시해 인구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인구특별회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아울러 "지금처럼 찔끔찔끔 (산발적으로) 주는 지원보다는 '우리 아이를 이 사회가 같이 돌봐주는구나'란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게 (출산율 반등에) 엄청나게 효과가 있을 거라기보다는 아이를 실제로 낳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택 청약 시 가점 등 '확률을 올려주는' 정책 정도로는 아무도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젊은층 사이 출산 기피가 더 가속화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며 "(정부의 말처럼) '반등'을 기대하기엔 아직 (실질적으로) 준비된 게 너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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