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진보·보수 갈라 치는 김여정…'역할' 부여받은 딸 주애[정다운의 뉴스톡]


[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사 시 남한 영토를 평정할 준비를 하라고 위협한데 이어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의 전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를 통해 핵무력 강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희망을 이야기할 새해에 한반도 분위기가 참 좋지 않습니다. 
 
통일부를 취재하는 김학일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이 한 밤중에 담화를 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를 공격했죠?
 
[기자]
김여정 당 부부장은 어제 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올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확장억제체계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김여정이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여러 말을 늘어놨습니다.
 
최근 안보불안이 일상화된 것은 윤 대통령의 공로이다, 누가 주적인지 알게 해줘 핵 무력을 더 강화했다는 책임전가의 발언입니다. 
 
군사적 대결자세가 없었다면 짧은 기간 내 군사력을 키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을 찬양하고 싶다, 특등공신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요컨대 윤 대통령의 한미핵억제 완성 발언이 자신들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는 게 이번 담화의 핵심입니다. 
 
올해에도 핵 무력 강화와 도발을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앵커]
김 부부장이 현 대통령만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비난한 것도 눈에 띕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서도 김여정 부부장 특유의 조롱 섞인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한 핏줄, 평화, 공동번영을 말하면서 돌아서서는 미 첨단 전투기 수십 대를 반입하고 미사일사거리제한조치를 철폐했다고 문 전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그런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전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시간을 허비한 게 큰 손실이라고 했습니다. 
 
참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게 김여정의 평가입니다. 
 
[앵커]
전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갈라 치는 느낌도 드는데, 어떤 의도로 분석됩니까?
 
[기자]
말씀하신대로 전 현직 대통령을 비교하고 분리해서 우리 사회 내부의 분열을 꾀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보, 보수 정권을 싸 잡이 비난하는 것은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한 말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은 자신들을 붕괴시키려는 점에서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남측을 비난했습니다.
 
이런 비난에 대해 통일부는 '고도의 대남심리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국민들이 보기에 현 정부와 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분명히 다른데 마치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혼돈을 야기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연말전원회의 말씀하셨어요. 김정은 위원장이 놀랍게도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라고 선언했죠?
 
[기자]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선은 김일성 김정일 선대의 유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대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김 위원장이 이제 남북은 동족이 아니라고 부인한 겁니다. 김 위원장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습니다. 이것이 오늘 북과 남의 관계를 보여주는 현주소"
 
북한은 최근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호칭하면서 2국가 관계를 시사해왔는데, 김 위원장이 이처럼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일의 경우라고는 했지만 남한영토 평정을 준비를 하라는 지시도 했습니다. 북한 리춘히 아나운서의 방송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 "유사 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
 
김정은이 무력통일을 의미하는 '영토평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앵커]
김 위원장의 말이 아주 거칠고 강한데, 여기에는 사실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측면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 아니라 2개의 국가라고 규정할 때는 그렇게 해야 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2국가 규정으로 남북 국력격차에 따른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류문화를 막으려는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이 바로 그런 겁니다. 
 
남북을 2국가로 보는 것은 남북의 국력격차가 벌어진 지난 90년대부터 이미 있어왔던 움직임인데, 이번에 공식화한 것입니다. 
 
사실 김정은이 남한평정 발언까지 오버하며 나간 것은 역으로 한미의 핵 확장 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두려운 겁니다. 
 
전쟁 준비를 지시해 북한주민들의 피 포위 심성을 자극하고 내부 충성과 단결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앵커]
북한 지도부가 연일 대남 위협 발언인데, 올해 남북관계, 험난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선후를 따져야 하겠지만 어쨌든 연초부터 남북의 최고지도자들이 전쟁과 힘에 의한 평화를 각각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반도 긴장은 주기적으로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직접 남한영토 평정까지 말했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과시 성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게 통일부의 분석입니다. 
 
우선 올해의 핵무기 생산 발전계획을 가지고 있고, 정찰위성 3기를 발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다양한 핵미사일 도발이 예상됩니다. 
 
재래식 국지적 도발, 사이버 테러, 무인기 침범 등이 예상되고, 일각에서는 ICBM 정각발사, 7차 핵실험까지 전망합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협상국면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그 때까지는 핵 무력을 최대한 고도화하며 시선을 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으로서는 차기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전력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핵 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을 인정받을 수 있고 유엔 제재를 없앨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선희 외무상이 나서서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 정리 작업을 주도하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2국가 관계를 선언한 북한이 남북문제도 대미외교의 하위 범주로 다루겠다는 뜻이 읽혀지는데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북한과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공연 관람 중 김 위원장이 딸 주애에게 뽀뽀하는 모습. 연합뉴스

 [앵커]
좀 다른 얘기 하나 해보죠.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 공연을 관람한다가 딸 주애의 볼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왔어요.
 
[기자]
공식석상이라고 해도 아버지가 열 살 전후의 딸 볼에 입을 맞추는 일이 놀랄 일은 아니죠. 
 
그런데 북한은 매우 보수적인 사회이고 전례가 없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다가 조선중앙TV가 이런 모습을 편집 없이 공개했습니다. 의도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 
 
이번과 반대이지만 조선중앙TV는 과거에 주애가 아버지 볼을 만지는 영상을 공개한 적도 있습니다. 
 
김주애에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그녀가 4대 세습 후계자의 길을 가고 있느냐, 아니면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느냐는 겁니다. 
 
적어도 이번 연말 전원회의에서 그녀를 후계자로 볼 수 있는 추가된 조치는 없었습니다. 
 
나를 낳아주신 분이 아버지인데, 북한 국어사전에는 또 하나의 뜻이 실려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흠모하는 사회 정치적 생명을 안겨 주신 분'을 높여 이르는 말, 즉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수령을 뜻합니다. 
 
김 위원장이 딸 주애에 애정을 적극 표현하는 데는 북한 주민 전체의 아버지로 상징화해나가는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을 아버지로 부르는 대상은 이미 어린이에서 청년층까지 확대되어 있습니다. 
 
지난해나 올해나 김 위원장의 새해 첫 공개 활동은 학생 소년들을 만나격려하는 일입니다. 
 
미래 세대도 점차 나이가 들기 때문에 40세의 김정은은 자연스럽게 북한이라는 대가정의 아버지, 인민전체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셈입니다. 딸 주애는 그런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도 부여받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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