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주식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할 뜻을 밝혔다.
세금부담이 줄어든 투자자들은 선호하겠지만,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률에 대한 폐지 선언이어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자본시장 규제 과감하게 혁파…내년 도입 예정 금투세 폐지도 추진"
윤 대통령은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민생 회복을 강조하면서 자본시장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한국의 산업 발전에 비해 금융이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딘 것은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구태의연한 부자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공매도 금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완화 등 지난해에 이뤄진 조치들을 직접 언급하면서 소액주주 이익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자산 형성 프로그램 확대 의지도 밝혔다.
투자자 1% '슈퍼개미'가 과세 대상…여야 합의 파기여서 야당 대응수위 주목
윤 대통령이 폐지를 선언한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편드의 경우 연간 5천만원, 해외주식과 채권·파생상품 등은 연간 250만원이 넘는 투자수익을 거둘 경우 수익의 20%, 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전체 투자자의 1% 수준인 이른바 '슈퍼개미' 자산가 15만명이 과세대상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지난해 연말 이뤄진 주식양도세 대주주 요건 완화에 이어 또 하나의 부자감세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세금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는 2020년 12월 금투세 법안을 입법했고, 2022년 12월에는 금투세 시행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간 유예하도록 했다.
금투세 시행을 2년 연기하는 동안 주식 거래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기존 0.23%, 지난해 0.20%, 올해 0.18%, 최종적으로는 0.15%까지 내리기로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 개정이 필요한 금투세 폐지를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응 수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하나의 '깜짝 발표?'…정부 "대선공약·국정과제에 담긴 기본 입장" 진화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관련 정책 발표 이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또 하나의 깜짝 발표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주택공급 현장을 시찰하면서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절차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고되지 않은 발언인 데다, 정비사업과 관련한 절차가 법률로 규정돼 있어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다만 정부는 이날 발언도 재건축·재개발 요건완화 때처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깜짝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협의가 된 내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김병환 제1차관은 "대선 공약과 현 정부 국정과제에서 밝힌 대로 '주식 양도세 폐지'가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