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이재명 피습에 野분열 '일시중단'…향후 정국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흉기 습격을 당하면서 이 대표의 재판 일정과 민주당 안팎의 신당 추진·탈당 움직임이 사실상 중단됐다.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의 부재는 분명 악재이지만, 외형상으로 나마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뭉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도 나온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 등 정치일정에서도 조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향후 여야 대치 국면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이 대표 피습'에 정치권 입 모아 "정치적 해석 자제해야"

이 대표는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뒤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지지자를 가장한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왼쪽 목 부분의 경정맥을 다쳐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았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충남에 거주하는 57년생 남성 김모씨라고 경찰은 밝혔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며 정치적 계산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들에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의원들에게 "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입단속에 나섰다.


사법리스크 '잠시 멈춤'…위증교사 선고 총선 후로 미뤄지나

이 대표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발이 묶이게 된 건 총선을 진두지휘해야하는 야당 대표 입장에선 악재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선거 준비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민주당의 전투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리스크를 회피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은 크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성남FC 불법후원 △위증교사 등 3개다. 이 가운데 총선 전 1심 선고 가능성이 있다는 위증교사 재판이 변수였는데, 이 대표의 수술로 재판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오는 8일 첫 공판부터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속도 역시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검찰은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428억 약정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선거 전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에 부정적인 여론이 일 수 있지만, 이 대표가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수사가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칫 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의 대표를 탄압하는 모양새가 갖춰질 수 있어서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9월 단식농성 중이던 이 대표를 소환했지만 무리하게 조사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총선 전 유죄 선고를 받는 최악의 사법리스크는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완전히 호전돼 당무에 복귀하기 전에는 기존대로 일정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대표의 회복에 당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신당·비명계 탈당 논의 '주춤'…"명분 얻기 어려워"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마친 이낙연. 연합뉴스

총선 구도를 결정할 신당 창당 움직임도 당분간 '올스톱'인 모양새다.

당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조만간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은 부상 입은 이 대표를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공개적인 정치 행보는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선 중진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JTBC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서 어떻게 병상에서 수술 중인 이 대표를 공격할 수 있겠나"라며 "오늘로 이낙연 신당의 바람은 이미 잦아들 수밖에 없고, 이제 멈출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내 탈당 움직임도 당분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비이재명계(혁신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은 당초 이번주 진행하기로 한 탈당·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보류할 방침이다. 모임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자회견 일정은 보류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계획이 취소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당 쇄신을 위해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해 온 이들은 신당 창당에 무게를 실어왔지만, 이 대표 부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이 대표가 회복하기 전까지 당내 계파 갈등은 당분간 '멈춤'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9월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전격 단식에 나섰을 때도 당 전체가 최소한 겉으로 나마 이 대표를 응원한 바 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통화에서 "당분간 당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대표의 회복이다"라며 "그 외에 다른 정치적 언사는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가해진 돌발적인 테러 행위에 따라 향후 여야의 정치 일정도 상당 부분 조정되거나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건희 특검'의 경우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번 주중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재의요구권)이 의결될 전망이었다. 이 대표의 피습과 무관하게 국회 사무처의 절차상 미비로 2일 오전 송부가 불발됐으나, 향후 송부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병상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부터 챙긴다'는 지적 등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일단 다음주 국무회의로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3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의 상태와 당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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