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블랙홀…총선 이슈 빨아들인다

'사법 리스크', '한동훈 비대위' 당면한 이슈 비틀어
與, '김건희 특검' 악법 재확인에도 '거부권 시점' 틀어질 듯
野, 이낙연發 '탈당' 기류 거센 역풍 예감에 멈칫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로 습격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가해진 '흉기 피습' 사건이 블랙홀처럼 당분간 정치권 이슈를 빨아들일 전망이다. 2일 피습 직후 정치권은 일단 일제히 공분과 우려의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예정돼 있던 주요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틀어져 전개될지 아직 '시계 제로'의 국면이다.
 
이날 이 대표에게 피습이 가해진 시각은 오전 10시 27분쯤 부산 강서구 대항동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현장 방문 중인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뒤 첫 지방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 참배를 하고 있었다. 한 위원장은 사건 발생 소식을 접하고 급히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쾌유를 기원하는 한편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긴 것"이라며 수사 당국에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후 예정돼 있던 일정 중 언론사 주최 종교 행사를 취소했다.
 
정치권의 모든 일정이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이 대표 본인은 오전 중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오찬을 함께 할 계획이었으나 취소됐다. 부산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서울로 이송됐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최고위원들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상태를 질의하면서 "이 대표를 모시고 가서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일에 최선을 기울여달라. 너무 걱정돼서 (부산으로) 지금 바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서울로 간다고 하니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위해 집중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입장을 냈다. 오전 중 김수경 대변인을 통해 신속한 수사와 진상 파악, 빠른 이송과 치료 등을 지시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후로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간 '2+2' 회동도 연기됐다. 민주당은 당 대표가 입원하게 된 상황을 고려해 수습을 위해 3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이 대표에게 가해진 돌발적인 테러 행위에 따라 향후 정치 일정도 상당 부분 조정되거나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주중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재의요구권)이 의결될 전망이었다. 이 대표의 피습과 무관하게 국회 사무처의 절차상 미비로 이날 오전 송부가 불발됐으나, 향후 송부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곧바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병상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부터 챙긴다는 지적 등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일단 다음주 국무회의로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럼에도 특검이 부당하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 사건 이후 시점인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직후 질의응답에서 '특검 거부권 행사 불가'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용기와 헌신도 맞는 내용에 대한 용기와 헌신이어야 한다"며 "총선을 그런 악법을 갖고 덮어버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용기와 헌신일 수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에게 악재인 이슈들도 피습 이전의 전망과 향후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의 치료 상황에 따라 '사법 리스크'로 지목받는 재판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현 시점에선 역풍이 분명해 보여 즉각적인 결단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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