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북한은요. 한 해 동안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새해 북한의 신년 메시지도 주목해서 봐야 되는 건데요. 지난 12월 30일에 발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상의 신년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꽤 강했습니다. 듣고 오죠.
◇ 북한 노동당 전원회이 보도>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습니다.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김현정>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 노래는 사실은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공식석상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즉 속으로야 어쨌든 간에 공식적으로는 남한도, 북한도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자 우리의 지상 과제라는 걸 부인할 수 없었는데 그런데 지금 김정은의 입에서 통일 불가라는 말이 나온 겁니다. 과연 어떤 배경이 숨어 있는 걸까요? 정세현 전 통일부장과 함과 함께 분석해 보겠습니다. 정세현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예, 안녕하세요.
◇ 김현정>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정세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리 김현정 앵커뿐만 아니라 CBS 청취자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정세현> 직접적인 원인과 근본적인 원인,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윤석열 정부, 아까 전쟁 교전 국가라고 그랬죠.
◇ 김현정> 그렇습니다.
◆ 정세현> 전쟁 중이고 그런 표현을 썼던데.
◇ 김현정> 적대적인 두 국가, 교전국 관계.
◆ 정세현> 그러니까 윤석열 정부 들어서 가지고 통일부 기구도 축소하고 북한의 사소한 군사적 움직임, 예를 들면 사소하지는 않지만 미사일 발사라든지 이런 것이 있으면 무조건 미국과 협의를 해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거나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겁나는 거예요. 언제 그것이 실수를 가장한 전쟁 촉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교전 중에 있는 전쟁 국가라는 표현을 쓴 겁니다. 지금 실제로 총소리가 나는 건 아니지만 금방 교전으로 넘어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전쟁 상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 내지는 위기감이 이렇게 되면 적어도 남쪽에 이런 대북 강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권이 있는 동안은 통일은 힘들다.
◇ 김현정> 그런 말로 이해해야 되는군요.
◆ 정세현> 두 번째 더 근본적인 것은 지금부터 3년 전, 그러니까 2020년 연말에 북한에서 난데없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 김현정> 그게 뭔가요?
◆ 정세현> 뭐냐 하면 남쪽의 동영상이나 음반 이런 것을 CD 내지는 USB 형태로 가지고 들어온 놈은 사형입니다.
◇ 김현정> 사형입니까?
◆ 정세현> 사형이에요, 바로.
◇ 김현정> 아니, 남한의 드라마, 노래, 이런 걸 CD로 갖고 들어오는 자체만으로도 사형이에요?
◆ 정세현> CD 또는 USB. 그다음에 그걸 보면 5년 이상 7년 이하. 하여튼 5년, 7년 징역입니다. 그건 무슨 얘기냐 하면 북쪽의 소위 젊은이들이 남한 문화에 지금 젖어 들어가고 있다 물들어가고 있다 하는 위기감의 발로였었습니다. 그러니까 2000년 6.15 정상회담 후. 김정일 위원장 시절이죠. 김대중, 김정일 위원장 정상회담 이후에 남북 교류협력 왕래가 굉장히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랬었죠.
◆ 정세현> 그 와중에 솔직히 말해서 한류가 북쪽에 들어간 겁니다.
◇ 김현정> 그때군요.
◆ 정세현> 남쪽의 노래, 남쪽의 영화, 드라마, 이런 것들이 장마당에서 음반이 거래가 되고 또는 CD가 거래가 되고 이러면서 북쪽의 젊은 사람들이 남쪽에 혼을 뺏기고 있는 그런 현상이 지금 20년 가까이 진행이 되다 보니까 북쪽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러다가는 우리가 그야말로 어느 날 남쪽 문화에 우리 후계 세대들이 녹아들어가 버리면 우리의 정권 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고 그리고 2020년에는 그런 법을 만들어서 단속을 하고 그러니까 남한화를 막는 겁니다. 두 번째 2022년 8월에는 평양문화보장법인가 하는 걸 만들어 가지고 하여튼 남한 말투를 쓰는 사람도 잡아다 가두고 형을 살게 하는.
◇ 김현정> 남한 말투가 뭐예요? 남한 말투가.
◆ 정세현> 남한 말투. 연애하는 사람들끼리 남자친구한테 '오빠'라 그러고. '자기'.
◇ 김현정> (웃음) '자기', '오빠'.
◆ 정세현> 그다음에 말투(억양)가 '그랬습니다' 이렇게 올라가지 않고 '그랬단 말이야' 이렇게 코맹맹이 소리 한다는 그게 지금 평양말이 아니라는, 평양 문화라고 그러는데. 그쪽에서는 표준말을.
◇ 김현정> 남자친구를 뭐라 그래요? 그러면 북에서는.
◆ 정세현> 동무라고 불러야지.
◇ 김현정> (웃음)아, 동무, 동무라고 불러야 된다, 어디 자기라고 그러고 오빠라 그러고. 어디서.
◆ 정세현> (웃음)영철 동무, 이렇게 불러야지 오빠 하고 코맹맹이 소리 그러면 되겠어.
◇ 김현정> 그렇게 되는 거고요. 그러니까 남한의 드라마, 영화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바뀐 거라고 보고 있는 거군요. 말투도.
◆ 정세현> 한 20여 년 정도 이렇게 남한화 돼 가는 거에 대해서 겁이 난 거예요.
◇ 김현정> 그렇군요.
◆ 정세현> 그러려면 통일이란 말을 어설프게 썼다가는 잘못하면 우리 젊은 애들, 후계 세대들이 전부 다 그쪽으로 넘어가 버린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의 우상화도 어렵고 심지어 지금 어저께까지도 그저께까지도 데리고 나왔는데 아주 비싼 가죽 코트 입혀 가지고.
◇ 김현정> 김주애.
◆ 정세현> 북한 인민들은 참 춥게 입고 살더구만 아주 속에 오리털을 넣었는지 오바도 좋습디다. 그런데 그 10살짜리인지 13살짜리 김주애로 후계자를 만드는 것 같은데 이런 것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차라리 통일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
◇ 김현정> 그래서 나온 거다?
◆ 정세현> 남북 간의 관계는 완전히 단절이다. 대남 쇄국정책을 써야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겁니다. 영화도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가 있었나요?
◇ 김현정> 네,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을 한 겁니까?
◆ 정세현> 헤어질 결심을 한 겁니다.
◇ 김현정> 저는 그냥 으레 강한 발언들이 나오니까 그런 강한 발언의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어떤 두려움, 그게 문화적 침략에 대한, 문화적인 어떤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또 군사 훈련이 전보다 훨씬 더 활발해진 것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여하튼 그 두려움 때문에 차라리 통일은 없다라고 선언해버리는 게 내부 결속에 유리하다라고 판단했다는 거죠?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그거군요. 그거군요. 아니, 그 이 발언만 한 게 아니고요.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발언도 했어요. 유사시에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 대사변이라는 건 전쟁을 말하는 걸 거고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영토를 평정하겠다. 그래서 무력 도발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그런데 북한의 말은 그 항상 조건절이 있습니다. 하여튼 험악한 말일수록 조건절이 있습니다.
◇ 김현정> 조건.
◆ 정세현> 그러니까 남쪽이 미국과 손을 잡고 핵 전략자산, 핵 확장 억제 내년 8월에 또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하지 않았어요? 지난번 12월 중순에 있었던 NCG 핵협의그룹인가 거기에서 내년 8월에 그런 핵 작전연습을 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겁이 난 겁니다.
◇ 김현정> 이것도 겁이 난 거다. 그런데 이게 그러면 지금 조건절을 봐야 된다는 말씀은 유사시?
◆ 정세현> 남쪽 그쪽에서는 대한민국 것들이라고 썼지 남조선이나 남조선 괴뢰라는 표현 안 쓰고 대한민국 것들, 무슨 남조선 것들 이런 것이라는 아주 상스러운 표현까지 써가면서 욕을 하는데 그런 행동을 벌인다면 다시 말해서 유사시에는 만약 그런 일을 벌인다면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고 오히려 반격을 가하면서 남반부 영토 전체를 평정해버리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것은 대내용이라고 난 봐요.
◇ 김현정> 대내용, 이것도 내부 결속용이다?
◆ 정세현> 미국에서는 지금 남한 정부가 미국과 손잡고 계속 우리를 이렇게 위협하고 그러는데 걱정 마라. 만약 그들이 전쟁의 불씨를 터뜨리면 가만히 있지 않고 우리는 말하자면 그 반격을 가하면서 남진해서, 남침이겠죠. 남진해서 남조선, 남반부 영토 전체를 평정해버리겠다. 그러니까 공산화시키겠다는 그런 일종의 자신감 내지는 위로의 말이죠. 인민들 겁 겁내지 마라.
◇ 김현정> 겁내지 마라.
◆ 정세현> 미국이 저러지만 우리가 그런 전쟁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면 저것들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니 안심하고 일 열심히 하라는 그런 대내용 의미가 더 크다고 봅니다. 저는.
◇ 김현정> 지금 내부 결속, 대내용 메시지들이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외에도 올해 있을 미국 대선을 겨냥한 행보는 아니겠는가, 그런 발언은 아니겠는가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 정세현> 그러니까 그런 남반부 영토 전체를 평정하기 위해서 군사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렇습니다.
◆ 정세현> 그런데 거기서 강화하는 것은 핵이고 미사일일 텐데 그런 것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겁니다. 그다음에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계속되고 있으니까 러시아에 넘겨줄 일종의 군수물자, 포탄이고 미사일이고 로켓이고 이런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 되는 해가 금년인데 그렇게 해나가면서 국방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면 트럼프가 만약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북한의 협상력이 커집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정세현> 무슨 얘기냐 하면 지금 지난 10월에 나왔습니다. 12월달에 나왔었나요? 폴리티코라는 미국의 정치 잡지가 트럼프가 만약 대통령이 당선이 되면 김정은이 지금 가지고 있는 핵과 미사일을, 핵과 미사일 보유를 인정하는 조건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니까 그렇게 기사를 썼죠.
◇ 김현정> 그렇습니다.
◆ 정세현> 그랬더니 트럼프가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그러고 일단 빠졌지만 트럼프로서는 충분히 김정은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 동결, 핵 군축, 그걸 목표로 한 비핵화가 아니라. 지금 바이든까지는 비핵화였었는데 일단 1차적으로 핵 동결, 그리고 핵군축. 말하자면 핵 비확산을 목표로 삼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바로 북한도 그 계산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 내년부터는 아마 편지가 오가고 이럴 텐데 내년 초부터 그럴 경우에 몸값을 높여 놓을 필요가 있다.
◆ 정세현> 그러니까 핵폭탄을 10개 가지고 있는 경우하고 핵폭탄을 100개 가지고 있는 경우 이것을 동결시키는 조건으로 얼마를 줄 건데라는 협상을 할 때 10개 가진 경우하고 100개 가진 상황하고 그 값이 다를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지금 이런 강한 발언들. 핵무장.
◆ 정세현> 강하지만 뒤로 지금 트럼프 당선 이후에 북미 협상, 미북 핵협상 카드를 키우는 그런 활동을 금년 중에 상당히 강하게 전개할 겁니다.
◇ 김현정> 지금 누구보다 트럼프 당선을 바라는 사람이 김정은 위원장이겠군요.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봐야겠죠. 어쨌든 북한의 발언 수위가 이렇게 높아지고 한반도에 긴장감 흐르면 가장 민감하게 영향 받는 건 우리입니다. 우리 금융시장이 그렇고 여러모로 우리가 손해인데 우리도 일단은 강한 발언으로 받아치는 쪽을 택한 것 같아요. 어제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를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원천 봉쇄할 거다 했고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 망동은 파멸의 전주곡이 될 거다, 이렇게 받아쳤습니다.
◆ 정세현> 그런데 그것도 대내용일 뿐이에요. 북한한테는 아무런 임팩트가 안 들어가는 얘기입니다. 원천봉쇄를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 김현정> 잘 막겠다는 뜻이겠죠?
◆ 정세현> 아니, 막말로 총 한 방 쏠 수 있는 결정권이 있습니까?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데 너무 그게 큰소리치는 거예요. 북한은 그럴 거예요. 아마 그래? 원천 봉쇄해봐라.
◇ 김현정> 그래요. 그냥 대내용 메시지다.
◆ 정세현> 그렇죠. 미국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그다음에 이스라엘 전쟁 이런 것 때문에 정신이 없다. 우리가 일을 벌려도 말하자면 북한이 일을 벌려도 미국은 웬만하면 그거 그냥 대충 한 대 맞고 끝내는 선에서 조정을 하려고 할 텐데 무슨 원천 봉쇄야, 봉쇄는. 해볼 테면 해봐 하는 식으로 아마 코웃음 치고 있을 거예요. 국방부 장관도 큰 소리 많이 치는데 북한이 도발을 하면 끝까지 무슨 강력하게 어떻게 세 가지 있던데 그것도 그냥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참 시원하다. 장관 잘 뽑았다 할지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그럴 거예요. 쟤네들 지금 무슨 계산으로 일 벌려가지고 지금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려고 하면 그때는 막을 텐데 왜 저렇게 큰소리치지 하고 아마 미국도 고개를 갸우뚱 할 거예요. 우리는 그걸 알아야 돼요. 지금 이미 화살을 쏘아놨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걸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이 상종을 안 하겠다는데. 상종을 해야 무슨 군사회담을 하든지 아니면 직통전화를 통해서 너무 그러지 말라고 달래든지 또 제3국에서 만나자고 하든지 그런 식으로 한반도 평화를 관리될 텐데 이제 말폭탄밖에 없어요. 그러나 말폭탄밖에 쏟아 부을 곳이 없는데 북한한테는 아무런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은 저는 지금은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조언을 좀 주신다면, 새해 조언을 주신다면 대북 정책 어떻게 펼쳐야 된다고 보세요?
◆ 정세현> 오히려 심한 말 하지 말고 그러니까 북한이 가령 핵실험을 할 수도 있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 적절하게 대응을 해야죠. 그러나 또 미국한테 얘기해서 전략자산이 한반도 상공에 배치되도록 한다든지 해서 북한이 말하는 그야말로 유사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안 들도록 하는 말하자면 북한을 상대로 한 외교가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한 외교를 좀 부드럽게 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도 있고 그런데.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도록 하죠. 정세현 전 장관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