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은 1일. 4월 10일 제22대 총선까지 정확히 100일이 남았다. 남은 기간 정치권의 화두는 하나부터 열까지 총선 승리에 맞춰진다. 여야 지도부는 모두 '의석수 과반' 달성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총선 승리의 의미는 여야가 미묘하게 다르다.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국민의힘의 승리는 하반기 국정운영 주도권을 뜻한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정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절박함의 내용이 다르다.
승리의 조건도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167석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 정국 주도권을 뺏기게 되고, 지난 21대 총선에 비해 후퇴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재명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
여소야대의 불리한 조건을 2년간 뼈저리게 겪은 정부와 여당도 과반이 절실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총선 성적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112석인 현재 의석수를 확대할 수 있다면 사실상 선전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전망이다.
與, 거야(巨野) 심판' VS 野, 尹 정부 심판
이번 총선의 최대 관건 중 하나는 여소야대 구도의 변화 여부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 목표에 대해 "다수당도 아닌 과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주장하는 이른바 '정권심판론'을 비판했다. "그간 여소야대 정국에서 민생의 진전이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이 잘 판단해주시리라 본다"며 "여당은 입법을 통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공약을 통해 잘 살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를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윤 정권의 퇴행적 국정운영으로 경제는 나빠졌고, 민생은 힘들어졌다"며 총선 승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를 견제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원내 과반(150석)이 총선에서 현실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민생을 앞세우고 있지만, 각 진영이 생각하는 민생을 추진하기 위해서 '협치' 대신 대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상대방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는 여야 수뇌부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운동권 특권정치의 청산"을 내건 것도 비슷한 인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년 인사회에서 "권력이라는 것이 마치 내가 어딘가에서 싸워서, 그야말로 뺏어온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그 권력이라고 하는 것도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행사돼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VS 이재명…韓 등장, 구도 바뀔까?
하지만 여야가 총선 프레임을 선명한 대결 구도로 짜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 현상도 존재한다. 이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장이 미칠 파급력과도 연결된다. 당초 총선은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지난 대선의 리턴 매치 성격이었으나, '불리한 판세'라는 여권의 판단 와중에 한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형국이다.
연초 주요 여론조사들은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대표 간 경쟁 구도와 여야 간 지지율 격차 등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기준으로 유‧불리를 따졌던 것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장래 대통령 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한 위원장이 24%, 이 대표가 22%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 부정 60%였고,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9%, 민주당 34%였다.
오차범위 내에서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타의 조사들과 큰 차이 없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흐름으로도 볼 수 있다.
尹과 차별화 없으면 결국 '진영 대결'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굳어져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당내 평가는 엇갈렸다. 판세에 예민한 수도권 출마자들의 경우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현재까지 불리한 흐름을 바꿔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위원장의 딜레마는 '김건희 특검', '총선 불출마' 등에서 드러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본인의 개성과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두 이미지 사이에서 특검의 문제가 자기 정치색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 그렇다. 한 위원장은 신년 인사회 직후 "특검을 가지고 총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총선 불출마 역시 한 위원장의 주장처럼 국민에 대한 '헌신'에 해당하기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신'이라는 상반된 해석도 존재한다. 한 위원장이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채 국회에 둥지를 틀면 차기 권력이 공고화되면서 대통령의 존재감에 누가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출마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비대위원장'의 조건은 여당이 총선을 치르는 데 있어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의견도 뒤따르고 있다.
인용된 여론 조사는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