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국 어머니대회'에 참석해 눈물을 흘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아버지 김정일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인 이래, 공식석상에서 이런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전국 어머니대회'도 11년만에 개최된 것이어서,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눈물은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행위였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눈물은 다름아닌 북한의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당시 그는 "출산율 저하를 막고 아이를 잘 키우고 교육하는 게 어머니들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가정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애국을 강조하면서 더 많은 출산을 독려한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 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8명(2020년 기준)이다.
다만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 출산율은 유엔 추정치보다 훨씬 낮은 1.38명까지 떨어졌으며, 생산가능인구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턱없이 낮은 합계 출산율인 셈이다.
'김정은의 눈물'에 대해 외신들은 "세계적으로 독재자가 피지배자 앞에서 눈물을 보인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해 인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감성통치'"라고 낮추어 평가했다.
시쳇말로 쥐어짤 눈물도 없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78명에 불과해, 북한과 비교해서도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한국군의 가장 큰 적은 '저출산 문제'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CNN은 한국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앞으로 군대를 완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병력이 곧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외신들이 다양한 원인·전망을 내놓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상황과 대비시켜 경각심을 준 사례는 드물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CNN에 "간단한 수학에 의존해도 2022년 한국에 25만명 미만의 아이가 태어났으니 이중 남아들이 20년 후에 군대에 간다고 했을 때, 가용 인원은 12만 5천명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합계 출산율로 미래는 정해져 있고, 전력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양국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제2차 NCG 회의를 통해 내년 한미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고, 북한도 질세라 호전적인 언사를 공개적으로 내뱉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전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만일의 경우 생길 수 있는 핵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엔대표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북한 상황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공식 석상에서 어느때부터 한국에 대해 '동족'이 아닌 '적'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군은 과학기술 중심 군대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으나, 활용할 인적 자원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전장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실행하고 감독하려고 해도, 잘 훈련되고 교육받은 인력들이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금도 사상 최저인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2025년 0.65명으로 향후 2년간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이같은 '급전직하'에 제대로 된 급브레이크가 없다면, 결론은 불보듯 명확하다.
시간은 한국의 편이 아닌데다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도 않다는 말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충격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