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그야말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원년이었다. 2022년 말 미국의 오픈 AI가 출시한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 성공 이후 빅테크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이 AI 개발에 전력투구한 해였다. 국내 양대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AI 전략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네이버는 '하이클로바X'를 공개했고, 카카오는 공개를 미뤘다. 하지만 카카오도 모델 개발이 끝냈고 시기와 서비스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다. 2024년 국내 IT 기업의 AI 진검 승부는 더욱 가열찰 전망이다.
네이버의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X'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자체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네이버가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공개한 LLM(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한국어에 최적화한 LLM이다. 생성형 AI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추론 등이 가능해 각기 다른 서비스의 근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생성형 AI를 'AI 시대의 인프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실제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공개 이후 다양한 AI 서비스를 공개했다.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 '큐:' 등을 선보였다. 사업이나 업무 사용에 서비스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검색과 쇼핑에 편의를 높일 수 있게 해 일상에 스며들겠다는 계획이다. B2B(기업 간 거래) 모델을 수익화하면서 서비스 검증을 이어 나가고, 꾸준히 이용자를 확보해 네이버 AI 경쟁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최근 뉴로클라우드가 상용화됐고, 클로바스튜디오는 현재 1천여개 기업이 사용 중인 만큼 영향력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구축할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도 AI 기술을 접목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와 똑같은 세상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AI 지도, AI 로봇 등 도시 인프라 관련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팀 네이버(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을 통해 AI나 로봇, 클라우드, 기술을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우디를 넘어 전 세계로 이같은 기술을 수출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 모델 개발은 완료…공개 시기는 고민
당초 카카오도 자체 초거대 AI 모델 '코GPT 2.0'을 2023년 내 공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 조종 혐의로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생성형 AI 공개 시기도 지연됐다. 인수를 이끌었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구속기소됐고 카카오 법인 역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금융감독원 공개 소환 조사까지 받은 김범수 창업자는 쇄신 의지를 다잡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계열사 경영진들과 비상경영회의를 매주 하는데 이어 그룹의 준법과 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띄우고 구성원들과의 간담회를 열며 내부 통제에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는 AI 연구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에서 한국어 기반 자체 초거대 AI '코GPT 2.0'을 개발·연구해왔다. 특히 멀티미디어 영역에서 생성 모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민달리', 'RQ-트랜스포머' 등 자체 개발한 이미지 생성 모델을 발전시켜 AI 아티스트 '칼로'를 탄생시켰다. 카카오브레인은 이들 모델을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순차 공개, 사용자 접근성을 높여 글로벌 창작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계획도 내보였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10월'이라는 날짜까지 못박으며 코GPT 2.0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23년을 끝내 넘겼다.
카카오는 이미 모델 확보가 완료됐고 공개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브레인에 존재하는 다양한 파라미터 크기의 파운데이션 모델들의 공개 방식을 고민 중에 있는 것이다. 파라미터는 AI가 신경망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입력 값의 범위다. 이 수치가 클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연산할 수 있다. 범용 LLM인 챗GPT-4는 파라미터가 1조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AI 전략은 서비스 드리븐 방향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서비스에 접목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