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2023년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매월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있었고, 그 순간 걱정과 우려, 관심 등이 치솟다가도 어느새 잊히기도 한다.
CBS노컷뉴스가 올해 우리나라를 달궜던 사건·사고들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를 달궜던 사건들이 현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추적해봤다.
대통령 관저를 움직인 자는 누구인가…'천공'의 관저 선정 개입 의혹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꼽히는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실 관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연초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5일,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군 고위 관계자로부터 천공이 한남동 공관에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했고, 해당 관계자는 곧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으로 밝혀졌다. 이후 지난 2월 부 전 대변인은 실제로 당시 상황을 목격한 육군참모총장 서울공관 담당 부사관이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했고, 자신은 남 전 참모총장에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은 지난 2월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핵심 증거로 꼽혔던 CCTV 영상이 보존기간을 지나 삭제됐고, 영상에 대한 포렌식 작업과 천공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천공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또 다른 풍수지리가이자 관상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관저 후보지에 방문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관련 내용을 처음 보도한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이 현직 기자를 처음 고발했던 사건이다. 경찰은 부 전 대변인과 김 전 의원, 언론사 기자 등 6명을 지난 8월 검찰에 송치했다.
'코인 광풍'이 낳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 강남 납치 살인사건
이후 배후에 이경우(36)가 범행을 이들과 같이 계획했던 사실이 드러났고, 이경우 뒤에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가 범행을 사주한 행각이 밝혀졌다.
범행의 원인은 피해자와 유·황씨 부부, 이경우 간에 코인을 추천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생기자 갈등이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우, 황대한은 무기징역, 연지호 징역 25년, 유상원 징역 8년, 황은희 징역 6년 등이 1심에서 각각 선고됐다.
40여년 만에…광주 찾아온 '전두환 손자'의 사과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27)씨가 지난 3월 미국에서 SNS를 통해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불을 지폈다. 뜨거운 관심 속에 3월 28일 국내에 귀국한 전우원씨는 특정 업체를 지목해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고, 광주에 내려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두환 정권의 무력진압을 사과했다. 전두환 일가에서 처음 나온 사죄였다.
하지만 전우원씨는 미국에서 SNS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마약을 하고 약에 취해 괴성을 지르며 기행을 보이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지난 1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마지막으로 부여한다"고 밝혔다.
폭염·폭우에 오송 지하차도 침수…국제적 망신된 잼버리
올해 여름은 지독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으로 관측된 일수는 19일이며, 8월에 11일 연속 폭염이 기록됐다. 2018년 이후 가장 오래 폭염이 지속된 것이다. 온열환자도 급증했다. 9월 1일 기준 온열질환 의심환자는 1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여름 장마철 폭우로 인한 대형 사고도 있었다. 7월 15일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이때 지하차도를 빠져나오지 못한 차량 17대가 고립되면서 14명이 숨졌다.
찜통더위와 폭우가 번갈아가며 한반도를 장악한 사이 8월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렸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로, 전세계 10대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인다. 새만금잼버리에는 158개국에서 4만 3천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였다.
문제는 새만금이 간척지라는 특성 탓에 폭염에 취약했다는 점. 땅은 질척이고 습도는 높아 모기가 들끓는데, 형편없는 행사 준비 탓에 온열환자들이 속출했다. 급기야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단이 철수를 결정하면서 행사가 조기 종료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뒤늦게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쏟아붓고 연예인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한 K팝 콘서트를 열어 뒷수습에 나서며 대회가 예정대로 진행되긴 했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과 연예인 차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묻지마 칼부림'에 떨었던 여름
7월 21일 오후 2시 7분쯤 조선(33)은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골목에서 지나가는 20대 행인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고, 이어 세 명을 더 다치게 했다. 범행 동기가 없는 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였다. 당시 조선이 행인을 살해하는 장면이 인근 CC(폐쇄회로)TV에 잡혔는데, 이 영상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이어 열흘 남짓 지난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쇼핑몰에서 최원종(22)이 또다시 흉기난동을 벌여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최원종은 피해망상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에 대한 1심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잇달아 발생한 흉기난동을 계기로 온라인상에 살인예고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8월 28일 기준 살인예고 게시글이 467건 올라왔고, 경찰은 235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피의자 중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97명이었다.
한편 지난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최윤종(30)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금속 너클로 폭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해 끝내 숨지게 한 사건도 일어났다. 최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로 "강간이 하고 싶어서 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범행 과정에서 저항하는 피해자에게 "돌머리다", "왜 안 쓰러져?"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에 대한 판결은 내년 1월 22일 선고될 예정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에 불 붙은 교권 운동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학무보의 과도한 민원과 갑질 등이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다. 이어 전북 군산 무녀도초, 서울 신목초, 용인 기흥고에서도 교사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삽시간에 '교권 침해' 논란으로 번져갔다.
전국의 교사들은 일제히 진상규명과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집회에 들어갔다. 여름 불볕더위에도 전국 교사 수만 명은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식이 열리는 9월 4일까지 매주 집회를 열었다.
정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은 대책을 발표했다. 교사 면담 예약제를 도입하고, 교원의 소송 지원도 강화하며, 민원 대기실에 CC(폐쇄회로)TV 설치하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봉책에 그친 수준이란 비판도 있다.
경찰은 서이초 교사 사망을 둘러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학부모의 갑질 여부나 교사들 간 따돌림 등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갑질 증거나 괴롭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태어났지만 기록은 없는 '출생 미신고' 아동
6월 21일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이미 자녀가 세 명이나 있는데, 또다시 출산을 하자 살해한 뒤 냉장고에 유기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정부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보건복지부가 7월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태어났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무려 2123명이었다. 이 중 12%는 사망했다. 범죄 정황이 의심되는 800여 명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연예인 투약 의혹에 학생을 노린 '마약 음료'까지
12월 27일 유명을 달리한 배우 고(故) 이선균씨부터 혐의를 벗은 가수 지드래곤(35.권지용), 배우 유아인(37.엄홍식) 등 연예인 마약 투약 의혹 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이씨는 지난 10월부터 3개월 간 강도 높은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놓고 공갈 협박을 당해 고소까지 한 피해자인 이씨를 마약투약범으로 단정지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펼친 바람에 이씨의 죽음을 불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드래곤은 마약검사 등에서 모두 음성이 나오면서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반면 유씨는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아직 1심 선고는 내려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3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가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배포된 사건도 논란을 끌었다. 필로폰과 엑스터시가 섞인 음료가 ADHD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음료로 둔갑돼 10대 학생 포함해 총 19명에게 나눠졌다.
경찰은 수사 끝에 관련 피의자들을 붙잡았으며, 중국에 피신해 있던 한국인 주범 20대 이모씨도 붙잡아 국내로 송환했다. 이씨 재판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나머지 관련 피의자들은 1심에서 징역7~15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 6월에는 10대 중학생이 필로폰을 집에서 투약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 1~11월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은 1만 7512명으로,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었다.
8월 2일 마약에 취한 채로 롤스로이스를 몰다 2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난 신모(27)씨에게 검찰은 12월 20일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4일이다. 피해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사망했다.
신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9월 11일, 이번에는 람보르기니를 몰다 주차 시비가 붙은 시민을 흉기로 위협한 홍모(30)씨가 도주 끝에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I am 신뢰에요" 희대의 로맨스 스캠 사기범 전청조
지난 10월, 전(前)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가 15세 연하의 재벌 3세라는 설명과 함께 자신의 재혼 상대인 전청조씨를 공개했다. 하지만 전씨의 독특한 외모나 재벌3세에 IT 대기업의 임원이라는 이력, 사석에도 경호원을 대동하는 등 수상한 모습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불거지는 의혹 속에 남씨와 갈등을 빚던 전씨는 남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이 과정에서 전씨가 주민등록상 여성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전씨가 내세웠던 이력은 대부분 거짓이었고, 사기죄로 복역했던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전씨가 남씨와 주변인에게 남긴 "I am 신뢰에요"와 같이 어색하게 영어를 섞은 말투나, 전씨의 애칭 'JoJo(조조)'가 유행어로 퍼지기도 했다.
이러한 유행어와 달리 전씨의 사기행각은 가벼운 수준이 아니었다. 경찰 수사 결과 전씨는 남씨의 유명세를 이용해 실체가 없는 사업에 투자자금을 끌어모으는 등 사기 행각을 벌여 32명으로부터 36억 9천여만 원을 가로채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전씨는 10월 31일 경찰에 체포돼 지난달(11월) 9일 구속송치됐다. 전씨의 경호팀장도 공범 혐의로 구속됐고,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 기소됐다.
한편 상식을 벗어난 전씨의 사기행각에 남씨도 피해자인지, 혹은 사기행각에 가담한 공범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 일부는 남씨를 공범으로 고소한 상태다.
산재에 투신, 분신까지…아직도 이 땅의 노동자는 살아갈 자격이 없는가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한 노동자가 몸에 불을 붙였다. 숨진 고(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정부의 건설노조 수사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공동공갈 혐의를 받아왔다. 동료들은 물론 건설업체 현장소장까지 작성한 처벌불원 탄원서도 무용지물. 억울함을 호소하던 양씨는 결국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에 이르렀다.
양씨의 죽음은 곧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부른 참사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정권에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를 구성해 본격적인 정권 저항 운동을 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양씨가 숨진 후, 조선일보는 지난 5월 양씨가 분신하는 순간 곁에 있는 조합원이 이를 방조했다며 CCTV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또 월간조선에서는 양씨의 유서가 위조·대필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해당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노조는 이를 보도한 기자 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특히 분신 사건이 일어난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CCTV 영상이 유출된 경위를 공개하라고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7개월 넘게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6일에는 택시기사 방영환(55)씨가 분신해 숨졌다. 방씨는 임금체불과 완전월급제 적용, 부당노동행위 등을 놓고 회사를 상대로 227일째 1인 시위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방씨가 일하던 해성운수 대표 정모(51)씨는 방씨를 폭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방씨를 부당해고한 사실이 대법원에서 인정됐는데도 임금 지급을 거부하는가 하면, 다른 택시기사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18일 정씨를 구속기소했다.
지난 6월에는 대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일하던 김동호(31)씨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의 죽음은 지난 10월 31일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김씨는 숨진 날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거의 쉬지 않고 일하다 숨졌다. 당시 하남시에는 이틀 연속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는데도, 널리 알려진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린 사실이 뒤늦게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8월 8일에는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의 경기도 성남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A(56, 여)씨가 반죽 기계에 끼여 숨졌다. 지난해 10월에도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일하던 박모(23, 여)씨가 기계에 끼어 숨져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난 후 1년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또 일어난 것이다. 또 성남 공장에서만도 7월과 10월 손가락 끼임 사고가 반복되기도 했다.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고로 사회적 비판을 받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던 DL그룹의 이해욱 회장과 함께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불려가 산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추궁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명분으로 출석을 거부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드디어 덜미 잡힌 JMS…눈길을 끈 '사이비 종교'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이엠에스(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은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10년간 신상정보공개·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정씨 성범죄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JMS 2인자 김모씨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고, 다른 JMS 간부 3명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에서 3년형이 선고됐다.
이에 앞서 인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에서 한국의 이른바 '사이비 종교'를 다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방영해 사이비 종교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