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애플을 추월했다. 물론 '플래그쉽 휴대전화' 분야는 아니다.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가 첨단 디지털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를 속속 내놓으면서 아직 소문만 무성한 '애플카'에 앞서 가고 있다는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가 이번 주에 다양한 디지털 기능을 갖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했다"며 "이들의 목표는 자사의 휴대폰 고객이 익숙한 디지털 기능이 탑재된 첨단 전기차를 구매하게 함으로써, 애플이 경쟁에 뛰어들기 전에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애플이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지만, 애플은 아직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이러는 사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전기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애플의 최대 시장이고, 테슬라도 회사 수익의 1/5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또한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최대 공급망이자 전 세계 전기차의 대부분이 판매되는 곳이어서, 이 분야에서 글로벌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WSJ는 "화웨이가 전기차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최근 몇 년 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화웨이는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스마트폰 '메이트 60'을 출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부 외신들은 '14나노 이하의 첨단 칩 생산을 막겠다'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아온 미국의 제재가 무색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 보유하고 있던 칩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의 규제를 우회해 중국에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도 틀어막는 추가 조치를 내놓으면서 중국 업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렇다보니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의 사활도 불분명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화웨이 관계자는 WSJ에 "화웨이의 전기차 전략은 스마트폰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이동중에도 고객의 참여를 유지하려는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며 "회사가 전기차 판매를 통해 미국 제재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자체 전기차 브랜드도 생산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기존의 전기차 제조업체들과 모델을 공동 설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당연히 이들 모델에는 화웨이 운영 체제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게 돼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과 신흥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뤘던 샤오미도 화웨이처럼 최근 몇 년간 이익이 감소하고 스마트폰 판매가 정체되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최근 있었던 베이징의 신차 발표회장에서 샤오미의 글로벌 표준 제조 방법을 강조하며 "우리는 테슬라와 같은 차체 주조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며 "더 높은 수준의 전기차 제품으로 애플과 정면 대결을 벌이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WSJ는 "이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약진에도 애플이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대만의 공급업체들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애플이 전기차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즉시 기술을 지닌 파트너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카'의 출시 시점을 2026년쯤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