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3실장' 교체하며 용산 2기 체제…장차관·참모진은 대거 출마

尹, 김대기 비서실장 교체 후임에 이관섭 정책실장 내정
'김대기-이관섭' 투톱 체제 한 달만에 교체, 이례적 평가
장차관·용산 참모진 대거 총선행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김대기 비서실장을 교체하고 후임에 이관섭 정책실장을 내정하는 등 대통령실 최고위급 참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말 수석 전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김대기-이관섭' 투톱 체제는 유지했지만 한 달만에 이뤄진 전격 인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대통령실·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 출마에 나서면서 잇따른 교체 인사에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도 흐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대기 비서실장을 이관섭 정책실장으로 교체하고 공석이 되는 정책실장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공석이던 국가안보실장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대통령실 최고위급 참모인 '3실장' 교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전반의 인적 쇄신 차원에서 대통령실 역시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 여권에서 쇄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많이 바뀌었고 당이 큰 변화가 왔다. 대통령실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 할 수가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 달 말 수석을 전원 교체하며 대통령실을 2기 체제로 개편할 당시 김 실장이 유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정기획수석을 지냈던 이 실장은 당시 신설된 정책실장직에 승진 기용된 지 한 달여도 안 돼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적어도 내년 4월 총선까지 '김대기-이관섭' 투톱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빠르게 교체된 셈이다.

대통령실 상당수 참모들 역시 김 실장 사임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내부 참모진 회의도 평소와 같이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국정 운영을 둘러싼 위기 상황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에서 정체된 가운데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대통령실을 향한 쇄신 요구 목소리,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지적까지 나오면서 교체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를 둘러싼 여론 악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응까지 갖가지 요인들도 교체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실장은 사임 배경에 대해 "인수위 때부터 비서실장직을 한 지 20개월이 좀 넘어간다. 20개월이면 대통령 임기 3분의 1 정도 된다"며 "소임은 다하지 않았겠나 생각이 들어서 대통령께 말씀을 드렸고 그저께 승인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3실장 전원 교체…장·차관, 용산 참모진 대거 총선 출마

신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왼쪽부터),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각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3실장이 전원 교체되면서 대통령실이 본격적인 2기 체제로 접어든 가운데, 대통령실 참모진과 기존 장·차관이 대거 총선 출마에 나서면서 잇따른 교체 인사로 뒤숭숭한 분위기도 흐른다.

대통령실에선 지난달 말 김은혜 전 홍보수석,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 안상훈 전 사회수석이 출마를 위해 떠났다. 김 전 수석은 경기 성남 분당을, 강 전 수석은 충남 홍성·예산, 안 전 수석은 수도권 출마가 예상된다. 임종득 전 안보실 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 출마에 나선 상태다.

비서관급 중에선 전희경 전 정무1 비서관,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 서승우 전 자치행정비서관이 최근 사직하고 출마에 나섰다. 각각 경기 의정부갑, 대구 북갑, 충북 청주청원 출마가 예상된다. 지난해 대통령실을 떠난 허성우 전 국민제안비서관의 경우 경북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이다.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은 고향인 경북 구미을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도 조만간 사임하고 총선 출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 비서관은 부산 수영, 이 비서관은 수도권 출마가 예상된다.

이달 개각 때 교체된 △추경호(기재) △원희룡(국토)△박진(외교) △방문규(산업) △정황근(농림) △조승환(해수) △박민식(국가보훈) △이영(중소벤처) 전 장관 등도 총선 출마에 나선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단행한 차관급 인사로 교체된 6명 중 5명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박성훈 전 해수부 차관,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 김오진 전 국토부 1차관, 이기순 전 여가부 차관은 각각 부산 해운대갑과 강원 원주, 대구 달서갑, 충청·세종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박성근 전 총리비서실장의 경우 부산 중·영도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참모진과 장·차관을 모두 감안하면 현재까지 총선 출마 예정자는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검사 출신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실·정부 출신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사퇴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규모가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재임 기간이 3개월 내지 6개월에 불과한 장·차관들도 대거 총선에 차출돼 부처 개각이 총선용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수도권 험지 출마보다 영남 지역 출마가 몰리면서 '인적 쇄신'이 얼마나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 출마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 집권 3년차 국정 운영 동력이 달려있는 만큼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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