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따로 있는데 직원 '탈탈' 턴 간부공무원…경남도 '영전 인사' 논란

경남도청 간부공무원 2명 직권남용 혐의 검찰 송치
서류 도난 직원 의심 차량·가족 있는 집까지 수색 지시
경남도 정기인사 양산부시장 전보·인사과장 유임
노조 "피해자보다 가해자 인권 존중, 우려를 넘어 분노"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기자회견. 최호영 기자

경남도청에서 사라진 임용 서류를 훔친 범인으로 생각하고 동료 직원의 집과 차량 수색을 지시한 간부 공무원들이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영전'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도청 공무원노조는 28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전 인사 철회와 재발 방지 대책을 경남도에 촉구했다.

노조는 "분실된 채용 서류를 찾는 과정에서 직원 차량과 자택 조사를 지시하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자를 영전시키고, 피해자가 있는 부서에 그대로 유임시킨 인사 발령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넘어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30일 새벽 도청 인사과 사무실에 있던 임기제 공무원 임용 관련 서류가 도난당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내부 소행으로 의심한 자치행정국장은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추궁하는 듯한 발언으로 압박하며 직원의 개인 차량과 자택 수색을 지시한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실제 영장을 발부받아 하는 '압수수색'처럼 직원들이 조를 짜서 차량 키를 회수해 내부를 확인하거나 가족이 있는 집까지 찾아 뒤졌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아무런 권한이 없는 데도 마치 수사 권한을 가진 것처럼 직원들을 탈탈 털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범인은 따로 있었다. 경찰 수사 결과 실제 범인은 합격 여부 등 호기심 차원에서 사다리를 타고 침입한 30대 한 지원자였다.

자치행정국장은 노조 게시판에 사과 글을 올렸지만, 노조는 "직원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범죄"라고 보고 지난 9월 자치행정국장을 직권남용과 협박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자치행정국장 사과 글. 노조 게시판 캡처

경찰은 3개월의 수사 끝에 자치행정국장과 함께 인사과장까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직원들의 차량과 집 등 개인적인 영역까지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경남도의 정기인사 하루 전인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관련자의 합당한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이들은 "경남도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의 수사 결과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에 통탄스럽다"며 "피해자 직원의 인권보다는 가해자 간부 공무원의 인권이 존중받는 박완수 도정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고 비판하며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최근 경남도의 인사에서 자치행정국장은 양산시 부시장으로, 인사과장은 유임됐다. 도난 당한 서류 보관 캐비닛 담당 직원은 징계를 받았지만, 이들은 수사기관의 기소 의견 송치 결정에도 신분상의 어떤 조치는 없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양산시지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35만 양산 시민을 위해 행정을 펼쳐야 하고, 행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부시장 자리에 다른 사건도 아닌 인권침해로 수사 중인 사람이 온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양산시에서는 어떤 인권침해나 갑질이 없도록 주의하고 자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도 성명을 내고 "위법 부당한 지시에 따른 직권남용죄로 검찰에 송치된 혐의자에 책임을 묻고 징계 조치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오히려 보란 듯이 영전 인사를 단행한 박완수 지사의 오만함에 아연실색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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