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정세균 전 국무총리로부터도 '결단'을 요구받았다. 사실상 두 민주당 원로들이 이 대표의 '2선 후퇴'를 촉구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통합을 이뤄야하는 이 대표 체제가 기로에 선 모양새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28일 서울 모처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정 전 총리는 '현애살수(縣崖撒手·비장한 각오로 벼랑 끝에 움켜쥔 손을 놓는다)'라는 사자성어까지 사용해가며 이 대표에게 통합을 위해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정 전 총리가 '특단의 대책', '과감한 혁신'을 말했기 때문에 '2선 후퇴'나 '비상대책위원회'와는 거리가 있다"라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음을 비우고 결단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라고 전해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존재했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시한도 '연말'까지로 못박았다. 그때까지 이 대표의 응답이 없으면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27일 인천공단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계속 연락하고 만나서 통합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두 원로들의 결단 촉구에도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뜻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지난 9월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 되면서 자신의 사법리스크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했고, 강성 당원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갑자기 대표직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여기에 지난 27일 이낙연 전 대표의 최측근 남평오 전 총리실 민정실장이 이 전 대표 동의하에 "자신이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라고까지 밝힌 이상,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대표의 뜻을 따를 수 없게 됐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자연스럽게 이 전 대표 역시 신당 창당 수순을 밝을 거란 관측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이낙연의 '화학적' 통합은 어려워도 최소한 '물리적' 통합은 이뤄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낙연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이 실제 출현하게 되면 그 위력 여부를 떠나 존재 자체로도 민주당 지도부에겐 부담이다. 새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가 당초 구상했던 '김부겸·이낙연·정세균'(가나다 순) 전직 3총리 공동선대위원장 체제 대신, 이 전 대표가 빠진 김부겸·정세균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 두 전직 총리에게 공천권 등에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설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들은 결국에는 권력의 분배"라며 "이 부분에서 (이낙연-이재명 통합)보다는 (이낙연) 신당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그래서 2총리(김부겸·정세균)까지는 (공동선대위 체제가) 가능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