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건설, SBS 지분 매각하고 살아날까?

태영그룹, SBS 지분 36.92% 보유…현행법상 10% 초과 못해
SBS만 빼고 매각해 문제 해소 가능성…'3조' 자회사 매각 추진
PF 우발채무 3.6조…번 돈으로 대출 이자 80%밖에 못 갚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박종민 기자

금융당국이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고강도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태영건설이 현재까지 1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마련한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SBS 매각 여부에 촉각…'3조' 자회사 팔 듯

 
29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전날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사재 출연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 담보 제공 등의 자구안을 제출했다.
 
현재까지 태영건설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에코비트 매각 △포천파워 매각 △골프장 담보대출 등을 통해 1조 원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대주주의 사재 출연도 포함됐다.
 
특히 SBS 지분 매각 여부가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금호그룹이 2019년 자진 사퇴한 박삼구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자구안을 내놨지만 채권단의 퇴짜를 맞았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위기가 일단락됐다.
 
또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TY홀딩스는 SBS 최대주주로 지분 36.92%를 보유했다. 현행법상 자산 규모가 10조 원이 넘는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태영그룹은 2021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10조 원을 돌파했다.
 
따라서 대주주의 사재 출연만으로 채권단을 만족시킬 수 없고, 태영건설 측이 SBS 지분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TY홀딩스가 SBS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SBS의 지분 매각 한도 시한이 내년 5월까지인데, 그 전에 주요 자산 및 지분을 매각해 자산규모를 10조 원 미만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공개한 워크아웃 절차도 내년 4월 사실상 마무리 된다. 90세의 나이로 최근 경영 복귀를 선언한 윤세영 회장이 SBS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TY홀딩스는 알짜 자회사인 에코비트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비트는 매립·수처리 사업과 의료·산업 폐기물 소각 및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다. TY홀딩스는 에코비트의 지분 50%를 보유했는데, 현재 기업가치는 3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태영건설 유동성 상황은?…이자보상배율 0.8 불과

28일 멈춰있는 태영건설 성수동 공사 현장. 박종민 기자

태영건설의 채무보증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10조 4570억 원이다. PF 대출보증이 7조 4422억 원, 중도금 대출보증이 2조 148억 원에 각각 달한다.
 
태영건설은 이 가운데 국가가 보증해 주는 SOC(사회간접자본) PF와 분양이 75% 이상 완료돼 상환 위험이 낮은 채무보증을 제외한 PF 잔액을 2조 5천억 원 규모로 보고 있다.
 
하지만 NICE신용평가는 11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가 3조 6천억 원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우발채무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보고 장기 및 단기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올렸다.
 
또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지난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율은 374%로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다. 현대건설(112%)과 함께 100%가 넘지만, 현대건설과 차이가 크다.
 
핵심은 태영건설이 이같은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지 여부다.
 
태영건설은 3분기 말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978억 원인 데 반해, 순차입금은 1조 9300억 원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은 0.8에 불과하다. 즉 번 돈을 모두 대출 이자 상환에만 써도 80%밖에 못 갚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당장 전날 만기가 도래한 PF 대출만 480억 원이다. 내년 2월까지 1785억의 PF 대출 만기가 줄서 있고, 내년 3월에는 단일 규모로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 펀드의 만기(2800억 원)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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