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공정성과 적격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히 '김 순경 살인 누명 사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에 김 후보자는 "오늘 만나 사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김 순경 살인 누명 사건'을 언급하며 공세를 펼쳤다. 고민정 의원은 "김 순경 사건은 힘없는 서민을 감옥에 평생 가둬 놓을 뻔했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김 순경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은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무고한 청년 경찰관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책임지지 않은 검사 김홍일은 방송통신위원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끝까지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30년이 넘었지만 '저 사람은 막아야겠다'해서 청문회에 나가려고 했다. 본인이 사람이라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허숙정 의원이 김씨가 국회에서 대기 중이니, 청문회가 정회하면 대면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김 후보자는 "사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연락해서 (사과) 기회를 만들겠다"며 "가슴에 있는 돌 하나를 내려놓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늦게까지 대기하던 김씨가 이미 자택으로 돌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면 사과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피해자가 발생했다"며 "위원장으로서 (김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취임 여부와 관계없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김씨를) 찾아뵙고 그분과 함께 공감하고 진실되게 사과하고 그분들과 함께 평생 가족처럼 지내면서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전무한 김 후보자의 '전문성 부재'를 집중 따져물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방송 정상화 적임자'라며 방어 태세를 갖췄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방송·통신 분야 수사 경험이 없고 변호사 시절 변론 경험도 없으며 그 외에 관련 경력도 없다. 말하자면 문외한"이라며 "세종 형사팀 변호사 경험은 방통위원장 직무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겠느냐. 혹시 방송사 사주들 편들어 주고 변호하는 데만 도움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필모 의원도 "이 정도면 스스로 안 하시겠다고 하셔야 되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경험이 없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제까지 쌓아온 법률적인 전문지식이나 규제와 관련된 경험을 토대로 일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전문성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위원장 및 위원직에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직에 15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을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김 후보자는 법령상 전혀 결격사유가 없다. 그런데 야당 측은 무분별하게 전문성을 거론하며 위원장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방통위 2인 체제'로도 심의·의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법원에서 (2인 체제가) 명백히 위법이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며 "2인 체제로도 해야 할 것은 해야만 한다"고 답했다.
이에 민주당은 최근 서울고법이 방통위원 2명이 내린 결정은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하라는 입법 목적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을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후보자는 "정말 신중히 생각해서 처리하겠다"며 "2인 체제를 강행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인 체제가 되도록 (국회가) 도와달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강행 추진했던 '가짜뉴스·포털 규제'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가짜뉴스는 공론의 장이 제 기능을 못 하게 해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며 "언론의 자유와 가짜뉴스 근절을 잘 조화시켜 편향되지 않은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70%가 포털로 뉴스를 본다"며 "포털의 기사 배열이나 공정성 관련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