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이르면 이번주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을 신청할 것이란 구체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PF가 건설업계를 넘어 증권 및 금융권과 연결된 탓에 도미노식으로 무너질 경우, 우리나라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태영건설, 부채비율 높고 우발채무도 많아
28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이르면 이날 워크아웃을 신청할 전망이다.
태영건설 측은 이미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법인을 통해 관련 절차를 확인하고 채권은행과 대화를 나누는 등 사실상 워크아웃 신청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태영건설의 전체 PF 대출 규모 4조 5억 원 가운데 480억 원 규모의 대출 만기가 이날이다. 이어 PF 대출 만기가 1월 초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포천파워 지분 매각으로 265억 원을 확보하는 등 유동성 마련을 위해 뛰고 있다.
하지만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 1조 9300억 원에 부채비율 478.7%로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특히 시공능력 16위의 중견건설사인 태영건설은 우발채무가 많다는 점에서 워크아웃 신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연결 기준 부동산 PF 차입금 중 우발채무는 1조 2065억 원으로 추산된다. 실제 채무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금액만 1조 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1900억 원의 만기가 내년 2월이다. 이에 따라 한기평은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PF 위기, '워크아웃'으로 솎아내기 해야"
건설업계가 바라보는 부동산 PF 위기 '탈출전략'은 다소 엇갈린다.
먼저 도미노식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PF 거품의 압력을 조금씩 빼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워크아웃을 적용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란 뜻이다.
PF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해 증권사나 제2금융권에서 브릿지론(예비 PF)을 일으키고, 시공사(건설사) 선정 이후 은행 등 금융권에서 본 PF를 받아 브릿지론 상환 및 공사자금으로 이용한다.
즉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는 증권 및 금융계와 연동된다. 한 곳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정부가 워크아웃 등을 활용해 '솎아내기'를 해야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PF 대출은 사실상 막혔기 때문에 추가적인 PF 대출을 금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들은 최후의 돌려막기를 하는 분위기"라며 "어려운 건설사에 워크아웃의 기회를 주고 이후에도 살아남지 못하면 정리해야 동시다발적인 파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아웃, 오히려 도미노 붕괴 유발 우려"
워크아웃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워크아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은 맞지만, 오히려 연쇄적인 부도를 일으키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미 부실한 소규모 건설사 상당수가 파산한 상황에서, 태영건설 같은 중견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30위권 건설사의 자금줄도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에서 발생한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현재와 비슷하다고 평가하지만, 당시와 달리 현재 대부분의 건설사는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유동성 부족에 훨씬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연착륙할 방법은 내년 금리 인하와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며 "시간을 끌어서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인 것도 맞지만,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높아서 오히려 연쇄 부도가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 혼란 우려도
현재 PF 위기가 계속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혼란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건설사의 유동성 부족 문제로 부동산 개발 사업이 동력을 잃으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해당 건설사가 협력사 및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유치권 행사 등이 빈발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한편 워크아웃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이 지난 10월 일몰돼 사라졌지만, 국회에서 최근 법안이 통과되면서 부활했다. 채권단의 3/4 이상이 동의하면 기업의 채권(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