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형제의난'…끝나도 끝나지 않은 싸움

형제간 경영권 다툼, 차남 조현범 회장 승리
장남 조현식 고문 측 공개매수 목표치 미달
조현범 회장 승기 굳혔지만 갈등 불씨 여전
MBK, 조양래 명예회장 금감원에 조사 요청
조양래 명예회장 한정후견개시 심판도 변수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고문(왼쪽)과 조현범 회장. 연합뉴스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지분 다툼이 차남인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조현범 회장은 3년여 만에 재현된 '형제의 난'에서도 승기를 잡으면서 아버지인 조양래 명예회장을 포함한 우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그를 도운 MBK 파트너스의 추가적인 움직임이 예상되는데다 사법·금융당국의 변수까지 남아 있어 갈등은 여전히 미봉합 상태라는 평가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공개매수 사안에 대한 주주분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BK 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발표 이전에 벌어진 선행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해 앞으로 유사한 혼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조현식 고문 측을 겨냥해 분쟁으로 인한 피해와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취지다.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는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한국앤컴퍼니 일반주주 지분 가운데 20.35~27.32%를 매입한다는 구상이었다. 공개매수 성공시 조현식 고문의 지분율은 기존 18.93%에서 최소 39.28%, 최대 46.25%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여기에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과 차녀 조희원씨(10.61%)이 우군으로 합류하면 과반 지분이 확보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구상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2일 청약 마감 후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결과는 27일 공시하지만, 일찌감치 공개매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율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 내외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 나설 당시 청약 물량이 최소 목표치인 20.35%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반면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조현범 회장의 입지는 보다 확고해졌다. 조현범 회장은 기존 42.03%의 지분을 보유했는데, 분쟁이 확대되자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4.41%)이 우호 지분으로 등판했고 큰아버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이끄는 효성첨단소재(0.75%)도 그를 돕고 나섰다. 이로써 조현범 회장 측 지분은 47.19%로 늘어났다.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hy(한국야구르트)의 보유분 1.5%까지 더하면 50%에 육박하는 규모다.

사실상 승기를 굳혔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먼저 MBK 파트너스는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고자 4.41%의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정이나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위반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공개매수에는 일단 실패했지만, 조현범 회장 측의 위법 소지를 문제 삼으면서 추후 스텝을 고민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MBK 파트너스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언급이라는 해석이다.

조영래 명예회장의 한정후견개시 심판도 변수다. 한정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 이유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을 통해 재산관리와 일상생활에서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제도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 2020년 조영래 명예회장이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하자 이에 반발해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내년 1월 열릴 2심에서 법원이 청구를 인용하면 경영권 분쟁은 3년 전 주식 매각 때로 거슬러 올라가 재차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장녀 조희경 이사장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20일 낸 입장문에서 조희경 이사장을 겨냥해 "한정후견개시 심판 청구를 무기로 건강한 아버지를 겁박하고 있다"며 "조희경씨는 조양래 명예회장에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5%를 본인이 운영하는 재단에 증여해 주면 한정후견개시 심판청구를 취하해 주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룹은 조희경 이사장이 문제 삼고 있는 조현범 회장의 경영 능력에도 "조양래 명예회장이 수십년간 조현범 회장의 경영 능력을 시험해 보고 일찍이 최대주주로 점 찍어뒀다"며 "조현범 회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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