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내 정권교체에 따른 극심한 내홍이 이어지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긴장감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폴란드 새 정부가 지난 정부의 무기 계약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주 '잭팟'을 터뜨린 K-방산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면 무효화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혹시 모를 변수에 대응하고자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26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3일 새 정부가 만든 내년도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롭게 예산안을 제안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지난 10월 총선에서 집권한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가 전임 정권 흔적 지우기에 나서자 임기가 1년 반 남은 두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형국이다.
투스크 신임 총리는 선출 직후에도 "우리는 모든 것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폴란드 새 정부가 한국과의 방산 수출 계약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실제로 10월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현실화되자 주요 외신을 중심으로 '한국의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폴란드의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내정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는 지난 9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과 체결한 방산·군비 계약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폴란드 하원의장이자 야권연합을 이끄는 시몬 호워브니아도 "지난 정부가 총선 이후 서명한 모든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내 방산업계의 전체 수출에서 폴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2%로 절대적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672문·다연장로켓 천무 288대의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8월 K-9 212문·11월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1차 계약을 맺었다.
이어 지난 4일 K-9의 잔여 계약 물량 가운데 일부인 152문의 2차 계약을 체결해 기본계약의 46% 규모인 308문의 계약을 남겨두게 됐다. 지난해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한 현대로템은 1차 계약의 4.5배 규모인 820대 계약을 2차 계약 물량으로 남겨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폴란드 새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면서도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1차 계약을 진행해 납품이 이뤄진 상황에서 무기체계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만 정치적인 영역이 맞닿아 있는 만큼 계약 파기 등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