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구유에서 나신 아기 예수' 의미 돌아본 성탄예배들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로다!"

성탄절을 맞아 전국 교회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예배가 진행된 가운데, 우리 사회 소외이웃들과 함께하며 예수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우리 사회 소외이웃과 함께 해온 다일공동체는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 마당에서 올해 36번째 '거리 성탄예배'를 드렸다.
 
지난 1988년 노숙인 3명과 함께 처음 시작된 '거리 성탄예배'는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지며, 이 땅 가장 낮은 곳 '말 구유'에 나신 예수 탄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최근 밥퍼나눔운동본부 건축을 둘러싼 동대문구청과 행정소송과 최일도 목사의 암 투병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일공동체는 1천 500여 명의 노숙인, 독거노인, 쪽방촌 주민들을 초청해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진행된 다일공동체의 '36번째 거리 성탄예배'.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는 "밥퍼 건물을 증축해 기부체납하기로 서울시와 협의했지만, 동대문구청의 철거 요청 등으로 행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행정법원이 올바르고 공의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이 협조는 고사하고 핍박하는 상황 속에서,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주고 계신다"며 "우리 형제들이 (무료 급식이 중단될 까) 불안에 떨지 않도록, 내년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려 더욱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예배 참석자들은 다함께 세계인권선언문을 낭독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나신 이유는 그 어떤 부귀영화도 아닌, 바로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것이란 점을 되새겼다.

다일공동체는 성탄예배마다 세계인권선언문을 함께 낭독함으로써 모든 인간은 이 땅에서 평등한 권리를 지닌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배에 참석한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는 "한파가 극심한 날씨에 한 방울의 물만 흘러도 수도관 동파를 막는 것처럼,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가 꽁꽁 얼어 붙은 이 세상의 한 방울 희망의 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배 후엔 생명의 쌀 이어가기 퍼포먼스와 함께 방한복과 도시락 등으로 구성된 성탄 선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고난함께,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그리스도인들은 해마다 우리사회 고난받는 이웃들을 돌아보며 '고난함께 성탄절 연합예배'를 진행해오고 있다.

기독교계 사회선교 단체들이 함께하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는 올해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생명들을 위한 예배로 드려졌다.

예배 참가자들은 지난해 전 세계 1만 2천여 명이 기후재난으로 목숨을 잃는 등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 위기가 아니라,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새로운 세상이 옵니다'란 주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 땅에 녹색평화로 실현되기를 함께 기도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반대 투쟁위원회 등 기후위기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을 초청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에배 참가자들은 특히, 환경 파괴로 고통당하는 동물, 산업전환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희생당하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신공항 건설이 예정된 수라갯벌, 구조적 불평등 속에서 기후위기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여성들, 팔레스타인 땅의 사람들처럼 전쟁과 폭력, 기휘재난으로 거처를 잃는 이들을 위한 탄원 기도 드렸다.

설교를 전한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박경미 교수는 "과거 하나님의 평화, 샬롬을 파괴한 것이 '팍스 로마나'로 대표되는 제국주의적 지배였다면, 오늘날엔 경제 성장 이데올로기, '팍스 이코노미카'라고지적했다.

박 교수는 "경제성장을 통해 행복과 평화가 이루어지라는 환상은 땅의 평화를 파괴했다"며 "이 땅의 그리스인들은 상품의 소비와 서비스에 대한 의존을 최대한 줄여나가고, 2천 년 갈릴리 예수가 말했듯이  '고르게 가난한 행복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소한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팍스 이코노미카'가 아니라, 서로 빚을 탕감해주고 이웃이 되게 만드는  '샬롬'이 아기 예수의 평화"라고 덧붙였다.
   
예배 참가자들은 결단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지구를 돌볼 힘과 지혜를 주셨지만 그 힘을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료 피조물들을 착취하는데 만 사용했다"고 회개하며 "필요 이상의 많은 것을 소유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의 충만한 관계 속에서 기쁨을 누리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25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한편,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성탄절을 앞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위로하고 성탄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자동 주민과 함께하는 성탄절 사랑나눔에는 한교총과 한장총 관계자, 신성교회 청년들이 봉사활동에 나섰으며, 식료품과 목도리, 마스크, 해열제로 구성된 선물박스 450개를 전달했다.

한교봉은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성탄 선물박스 250개를 추가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도 23일,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 자원봉사자 200여 명과 함께  6천 장의 성탄절 연탄나눔 봉사를 진행했다.

또, 연탄 글짓기, 사생대회, 백사마을 플로깅, 포토존 사진촬영 등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며 백사마을 주민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와 어르신들이 예년보다 연탄을 이르게 사용하고 계신다"며"많은 후원자․봉사자 분들과 함께 올해도 연탄사용가구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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