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아티스트가 8할'이라고들 하는 업계 관계자들 이야기를 언급한 엄 LP는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앙코르 콘서트가 호평받은 이유를, "무대 위 아티스트가 잘 소화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두고 무대에 관한 애정도가 남다르고, 퍼포먼스와 연기 고민도 많이 하며, '공연형 아티스트'로서의 발전이 기대된다는 엄 LP를 CBS노컷뉴스가 지난 18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스테이지스텔러'(stage+storyteller)를 표방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콘서트 세트 리스트를 짜는 과정부터 빠져서 아쉬운 곡, 관객 반응이 좋았던 무대의 연출 비하인드 등을 두루 살펴보았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앙코르 콘서트에서 한층 '확장된 이야기'를 선보인다고 예고한 바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연은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별을 쫓는 소년들'(The Star Seekers)과 연계된 스토리라인에 세트 리스트, VCR, 무대 연출 등 다양한 요소를 유기적으로 엮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어 "이후 펼쳐지는 섹션마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소년들의 모습, 잠시 악마의 유혹에 빠져 성장을 유예하는 순간 등을 담았다. 그리고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고 현실에 발을 딛는 '체이스 댓 필링'(Chasing That Feeling)과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처와 아픔에 흔들리는 내면을 그린 '물수제비'를 연이어 배치했다. 유혹을 이겨내고 현실을 마주하면서 한층 단단해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서사를 전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부연했다.
공연은 '디어 마이 유스'(Dear. My Youth)-'유 워 매직 벗 나우 아이 노우 유 아 온리 미라지'(You were Magic But Now I know You are only Mirage)-'미트 더 데빌 앳 더 스위트 미라지'(Meet the Devil at the Sweet Mirage)-'페어웰 투 더 네버랜드'(Farewell to the Neverland)-'프리폴'(Freefall)-'더 프로미스'(The promise)에 '아워 블루 스프링'(Our Blue Spring)까지 여러 섹션으로 구성됐다.
엄 LP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앨범 서사와 소년들의 성장 과정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연 세트 리스트에 반영한다"라며 우선 첫 곡, 마지막 곡, 앙코르곡을 선정한 다음 그 3곡을 중심으로 앨범 서사를 그 안에서 배치해 엮고, 그다음 섹션에 맞는 곡을 넣는다. 엄 LP는 "관객이 구분지을 수 있는 섹션은 VCR로 나눠진 대단원이지만,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무대 연출 이야기를 세부 섹션으로 나눴다"라고 덧붙였다.
세트 리스트를 짤 때 우선시한 기준에 관해, 엄 LP는 "이번 투어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앞으로의 서사를 가장 잘 녹일 수 있는 곡, 그리고 아무래도 최신곡을 우선으로 배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앙코르 콘서트에서 추가된 곡은 '해필리 에버 애프터'(Happily Ever After) '체이스 댓 필링' '교환일기'(두밧두 와리와리)까지 총 4곡이다.
"이번 앙코르 공연은 앨범 서사를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난 3월 오리지널 공연에서 듣지 못해 아쉬웠던 곡들, 그리고 팬덤 모아(공식 팬덤명)가 오래 기다린 앙코르인 만큼, 모아분들이 함께했을 때 시너지가 나는 곡들을 고려했습니다. '해필리 에버 애프터'는 정규 3집 앨범 발매 팬 쇼케이스 때랑 숏폼 챌린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무엇보다 아티스트가 즐거워했던 곡이기도 했고요. '교환일기'는 지난 3월 공연에서 아쉽게 빠질 수밖에 없었으나, 이번 앙코르 공연을 위해 아껴두었다가 추가한 곡입니다. '체이스 댓 필링'과 '물수제비'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이번 피날레 공연의 마지막 서사를 장식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곡이었습니다."
혹시 세트 리스트에서 빠져서 아쉬운 곡은 없는지 물었다. 엄 LP는 "보유 곡이 늘어난 만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세트 리스트에서 빠져서 아쉬운 곡도 생기겠지만, 그중에서도 꼽으라면 데뷔곡인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 '매직 아일랜드'(Magic Island) '뉴 룰즈'(New Rules) '트러스트 펀드 베이비'(Trust Fund Baby)가 있다"라고 답했다.
섹션별 주요 곡에 맞춰 향을 뿌렸다. 노래 분위기, 무대 비주얼을 떠올렸을 때 어울리는 향으로 제작을 의뢰했다. 비교적 상세한 연출 신과 추상적인 무대 비주얼, 노래 분위기도 함께 보냈다. '네버랜드를 떠나며'의 향을 의뢰할 때 요청한 내용도 공개했다.
"악마의 유혹에 취한 소년들이, 다시금 잊었던 꿈을 떠올리고 네버랜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풀 향이 나는 숲을 지나 해변에 도착한 소년들. 아직 동이 트기 전 새벽의 바다 향, 그리고 소년과 함께 떠날 난파선의 우드 향이 섞인 향이 섞이되 너무 어른스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소년미가 아직 있어야 함)"
'블루 스프링'은 앙코르 무대의 하이라이트여서 맞춤 향을 개발했다. 엄 LP는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향기가 레이어링되다 보니 첫 향이 남긴 잔향과 다음 향의 배합도 고려해야 하더라. 그래서 일부 곡, 그러나 공연의 핵심적인 부분이 되는 노래에 맞춰서 향을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공연 연출가 입장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어떤 아티스트인지 묻자, 엄 LP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팀 구호처럼 내일을 함께 하고 싶은 아티스트"라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첫 공연부터 맡아서 진행하다 보니 아티스트의 성장이 빠르게 체감돼 공연형 아티스트로의 발전이 정말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엄 LP는 "온라인 콘서트지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첫 콘서트였던 '액트 : 보이'(ACT : BOY), 첫 번째 월드투어 '액트 : 러브 식'(ACT : LOVE SICK) 그리고 이번 '액트 : 스위트 미라지'까지, 콘서트를 거듭할수록, 매 무대에 대한 멤버들의 애정도가 남다른 것 같다"라고도 했다.
"무대를 할 때, 퍼포먼스와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고, 그런 노력이 매 무대를 더 빛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공연 업계 종사자들에겐 '공연은 아티스트가 8할'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데,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티스트가 없다면, 어떤 연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번 '액트 : 스위트 미라지' 연출을 좋아해 주시는 것도, 무대 위 아티스트가 잘 소화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날레 공연까지 마친 지금, 앙코르 콘서트에서 가장 만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엄 LP는 "먼저 서울에서 다시 앙코르 공연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고, 6개월 동안의 '액트 : 스위트 미라지'의 마침표를 찍는 느낌입니다. 투어 기간 아티스트, 하이브 동료들, 프로덕션 감독님들 등 이번 콘서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첫 공연부터 마지막 피날레까지 완주했다는 것도 좋다"라고 밝혔다.
그는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고 생각되지만, 앞으로의 공연을 위한 스스로의 성장 및 극복 과정이라 생각하며 '액트 : 스위트 미라지' 공연은 2023년에 소중히 남겨 두고, 2024년 새로운 '액트:'(ACT:)를 준비해 보겠다"라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공연은 모아분들과 함께 완성하는 공연'이라는 말, 잊지 마시고, 2024년에도 즐겁고, 행복한 기대감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