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주범 20대 男 국내 강제송환

강남구청역 인근서 마약 음료수 건네는 용의자들. 강남경찰서 제공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청소년들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주고 협박한 사건의 주범인 20대 한국인 남성이 26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협박사건'의 피의자인 이모(26)씨를 송환 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 중국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현지에 머무르며 국내·외 공범들과 공모해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이른바 '마약 음료'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4월 3일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가짜 시음행사도 열었다. 이씨는 마약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음료가 담긴 병에는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학생 9명은 마약음료를 실제로 마셨고, 6명은 환각 등의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의 말을 믿고 마약음료를 마신 피해학생의 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이 마약을 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도 있다.
 

사건의 파장은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하는 등 정부가 대대적인 마약 단속에 나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찰청은 사건 발생 직후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의 요청에 따라 이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 받았다. 또한 주중대사관 경찰주재관을 통해 중국 공안부와의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실시간 추적'을 전개해 왔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마약과 무관한 어린 학생들을 노린 '신종 범죄'란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 수사상황을 적극 챙겼다. 지난 4월 20일 중국 공안부장에 협조를 당부하는 취지의 친서를 전달하는 한편 연달아 소집한 국장급 회의에서 이씨의 조속한 검거 송환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월에는 경찰청 실무 출장단이 중국 공안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출장단은 수사관서인 서울청이 파악한 이씨에 대한 중요 단서를 중국 측에 전달했고, 중국 공안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방 공안청에 이씨의 신병 확보를 긴급 지시했다.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협박 사건'의 한국인 주범 이모씨(26)가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같은 전방위적 공조 끝에 이씨는 사건 발생 52일 만인 지난 5월 24일,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검거 이후에도 이씨의 송환을 위한 양국의 협의는 계속됐다. 한·중 경찰은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장 회의, 제6차 한·일·중 경찰협력회의 등에서 수시로 만나 이씨의 신병처리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윤 청장도 지난 10월 경찰청에서 개최한 2023 서울국제경찰청장회의 시 중국 공안부 고위급과의 양자회담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윤 청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이 아시아 경찰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하며 신속한 송환을 거듭 당부했다.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은 "이번 송환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와도 같은 마약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한중 경찰의 부단한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수사공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역내 치안 확보 기반을 공고히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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